《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7.
우리의 사고가 쏟아져서 퍼져 나가는 것도 햇빛과 같아야 한다. 우리의 사고는 쏟아져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확장이어야 하고, 장애물을 만났을 때에는 억지로 뚫고 나아가려고 하다가 추락해서는 안 되고, 도리어 그 지점에서 멈춰 서서 방향을 틀어서 우리의 사고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7 중에서
나들이 가기 좋은 주말이었다.
멀리 간다던가 긴 시간 외출은 못했지만 짧고 굵게 즐기다 들어왔다.
해가 길어져서 3~4시에 나와도 어두워지기 전까지 꽤 놀 수 있었다.
어제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큰 놀이터에 갔다 왔다.
남편은 윤우와 공놀이를 하다가 다음 날 강의 때 필요한 책을 봤다.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된다고 했다.
강의에 무엇을 더 보충해야 할지, 집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은서를 1:1로 따라다니며 봐주던 선우가 지쳤다.
선우랑 올라가던 높은 구름다리를 내가 함께 건너갔다.
높은 만큼 내려오는 미끄럼틀도 구불구불 길었다.
은서를 안고 타는데 재밌었다.
계속 다시, 다시를 외쳐서 반복해서 탔다.
'어랏, 내 체력이 꽤 버텨주는걸?' 의아할 만큼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놀이터에 오면 잘 못 읽긴 해도 책을 꺼내고 한두 번 펼쳐 본다.
하지만 어젠 꺼낼 생각도 안 하고 아이들과 노는 데 집중했다.
같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오늘 아침에는 편집한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같이 웃었다.
내 글이 안 써져서 다른 이가 쓴 글을 읽었다.
'아, 좋다. 어쩜 이렇게 글을 매끄럽고 울림 있게 풀어 나갈까...'
조금만 읽었는데도 좋은 글을 읽었을 때 오는 기분 좋음이 퍼져나갔다.
은서가 오늘도 같이 색칠하자고 조른다.
색칠보다는 책을 더 읽고 싶었지만 아이 옆에 앉았다.
은서는 종알종알 얘기하고, 나는 듣고 대답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거실 한가운데서 동생과 블록 놀이도 하고, 옆집 사는 친구와 인형 놀이도 했다.
그때 엄마는 늘 내 곁에 있었다.
은서에게 오랫동안 남아 있을 엄마에 대한 기억도 나처럼 따뜻하게 남아 있으면 좋겠다.
남편은 새벽 내 몸이 좋지 않았다.
중이염이 왔는지 귀가 아프다고 했다.
집에 어린이 타이레놀밖에 없어 그거라도 먹은 뒤 세 시간쯤 더 잤다.
자고 일어나니 좀 낫다며 오후 강의 준비를 마무리했다.
전날 놀이터에서 남편과 내가 다르게 시간을 보낸 것도, 오늘 아침 다른 상황을 마주한 것도 각자의 일에 환기를 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고는 쏟아져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확장이어야 한다'라는 문장처럼 장애물을 만났을 때 다른 일에 잠깐 집중해 보는 것도 도움 된다.
어디에서 막힌 흐름이 풀릴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