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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pr 24. 2024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며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7.

위로 던져진 돌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악이 아니듯이 위로 올라가는 것도 선이 아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7.



짧은 한 줄의 문장을 보며 막막해졌다.

무슨 말일까. 선과 악을 얘기하나? 돌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렇게 한 줄의 문장을 곱씹으며 오전이 지나가고, 오후도 지나가고 있다.

마르쿠스 황제는 어린 나이부터 후계자로 선택받고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네로, 도미티아누스, 베스파시아누스와 같은 폭군들을 보며 권력이 만들어내는 악의, 위선, 무자비함을 경계했다.

《스토아 수업》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그가 성군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스토아 철학으로 뽑는다.

"황제 행세를 하려 들지 말고 황제 노릇에 물들지 않도록 조심하라. 권력에 물들면 폭군이 되기 쉽다. 그러니 늘 소박하고, 선하며, 순수하고, 진지하며, 단호하고, 정의를 수호하고, 신을 경외하고, 친절하고 애정이 넘치는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과감하게 행하라. 철학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애써라."

마르쿠스 황제가 한 말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권력과 재물에 휘둘리지 않으려 했던 로마 황제.  


권력이 뭐길래,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기 위해 정치, 기업인들이 숱한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는 걸까 궁금했었다.

관심과 사랑도 권력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하는 말과 행동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개인의 삶도 관리하기 어려운데 기업과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이 보는 세상은 다를 것 같다.

"옳은 일을 하라.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선한 사람인지 이야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스스로 선한 사람이 되어라."

마르쿠스 황제가 평생 지녔던 태도가 여기에 다 담겨 있다.

'선한 영향력을 전한다'라는 말은 스스로가 하는 말이 아니라는 글을 본 적 있다.

스스로가 말할 때는 말에서만 그칠 수 있지만 실제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은 그의 삶 자체가 선했기에 주위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마르쿠스 황제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과 격언을 끊임없이 적어 내려가며 자신만의 철학 사상을 키워나갔다.

《명상록》에도 스토아 철학자뿐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명언, 글, 이야기, 시, 수양법, 지혜에 대한 독창적 해석으로 가득하다.

167년에 쓰인 로마 황제의 일기를 필사하며 매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지는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야 한다.

《명상록》을 필사하며 나도 모르게 매일 자기 성찰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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