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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pr 28. 2024

10년 만에 바뀐 가족사진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1.

활동의 끝 및 충동과 판단의 정지는 일종의 죽음이지만 악하거나 해로운 것은 아니다. 지금 너의 생애 중에서 여러 단계들, 즉 소년기와 청년기와 장년기와 노년기를 돌아보라. 거기에서도 각각의 변화는 죽음이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두려운 것이 있었는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1 중에서

 

 

각 시기를 넘어가는 데 두려움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새 학기마다 설렘을 넘어선 떨림이 있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대학교에서 사회로 큼직큼직하게 넘어가는 순간엔 평소보다 더 큰 긴장감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단연코 결혼이었다.

결혼 안에서도 임신과 출산,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이 최고의 변화였다.

 

오랜만에 친정에 갔더니 가족사진이 동생 결혼식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결혼하고 10년 만이다.

오래되고 빛바랜 우리 결혼식 사진엔 신랑 신부, 부모님과 남동생이 단출하게 서 있었다.

이제 동생 결혼식 사진에는 새 신랑, 새 신부와 부모님, 우리 가족 다섯 명으로 가득 차 있다.

동생에게 얘기하니 “누나, 나 그때 스물셋밖에 안 됐어~” 한다.

엄마는 서운하지 않겠냐고 우리 결혼식 사진도 다시 인화해서 걸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스물다섯, 스물아홉의 앳된 신랑 신부는 이제 없다.

동생이 자기 사주를 보며 한 번씩 나와 남편 것도 넣어서 봐 준다.

그때마다 공통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다.

나는 대기만성형이다, 중년에 잘 된다, 교육 분야와 잘 맞는다고 하는 얘기였다.

못 본 사이 더 큰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말했다.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내가 조금 편해지겠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 변화가 없을 수 없다.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도, 점점 나이 들고 늙어가는 과정도 모두 변화다.

혼란스럽고 힘들다고 여겼던 변화가 지나고 보니 인생이 풀리고 안정기로 들어서는 순간일 수도 있다.

달가운 변화든 달갑지 않은 변화든 변화 자체가 나를 어디로 이끌어 줄지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라, 즐겨라 하는 진부한 말도 맞다.

어차피 우리는 변화하는 과정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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