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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pr 27. 2024

다른 사람의 잘못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0.

다른 사람의 잘못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0.



상대방이 내게 큰 무례를 범했다고 여겨서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자신이 상처를 주고 있다 여기지 못할 때도 많다.

생각과 성향이 달라서 그렇다.

관계를 끊는 것도, 관계를 끊기 싫어 어려운 말을 꺼내는 것도 힘든 일이다.


자연스레 멀어지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다.

자주 긴 전화 통화를 할 때도 가끔 만날 때도 좋았던 적이 없다.

줄곧 자기 이야기만 하고 나는 잘 모르는 타인의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했다.

지금 하는 말이 나에게 아픈 말이 되는 것도 모를 때가 많았다.

찝찝하고 기분만 상했다.

내가 먼저 불쾌하다 말할 수도 있고, 연락을 안 받거나 안 만날 수도 있었지만 집요하게 연락이 이어졌다.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것과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나를 마냥 좋게만 보는 친구에 대한 미안함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내 말로 상처 입을 것을 걱정해 내게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10년 가까운 인연이 이어졌다.

핸드폰에 그 친구 이름만 떠도 마음이 무겁던 어느 날, 이 관계를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렸다.


미안함과 나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괴로웠다.

동시에 마음이 편안하단 감정이 드는 게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그 친구에겐 내가 잘못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어렵고 어려운 말을 꺼냄으로써 관계를 이어갈 때도 있다.

혼자만 안고 있을 때는 끙끙 앓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려운 말을 조심스레 꺼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심한다.


어린아이가 몰라서 저지르는 잘못은 상처가 되지 않지만, 어른이 몰라서 저지르는 잘못은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선을 지키는 것은 가까울수록 더 어렵지만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잘못을 지으며 산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눈감아주고 용서받으며 지나간다.

내 잘못도 어딘가 있겠지만 누군가의 이해로 그 시간 안에 두고 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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