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진 Apr 26. 2024

모든 것은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9.

모든 것은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 네 자신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우주 전체도 마찬가지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9.



오래되고 깔린 게 많아서 성능이 느려진 컴퓨터.

요즘 내 모습 같다.

예전에는 하루 안에 모두 처리하던 일도 버겁다.

겨우겨우 해내고 있다.

내 행동을 느리게 만드는 데는 외적인 여러 상황도 있지만 그로 인한 생각과 걱정이 많다.

바퀴가 녹슬거나 장애물이 걸려 있으면 잘 굴러가지 않는다.

나는 몸이 아프고 상념이 덕지덕지 붙은 채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 바퀴 같다.


2주 넘게 괴롭히던 기침이 이제야 다 나아간다.

가족이 함께 아프면서 내 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챙겨야 했다.

그러면서 일상을 유지해 나갔던 게 힘들었나 보다.

일찍 자도 일찍 일어나기가 어렵고 몸도 무겁다.

어젯밤에는 은서 책 읽어주기도 싫고, 모든 게 다 싫었다.

나도 내 책 읽고 싶다고.

나도 자고 싶을 때 자고 싶다고.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고 각자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한 생각이지만 그렇게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11시가 넘어 눈을 뜨니 윤우와 은서는 침대 밑에서 자고 있다.

낮잠을 잤었던 선우도 cd를 들으며 자려던 참이었다.

열이 나서 해열제를 챙겨주고, 방으로 돌아와 책을 조금 읽다가 잤다.

아침에는 아픈 뒤로 더 뾰족해진 선우에게 나도 뾰족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먹기 싫어하는 약을 먹여서 학교에 보낸 뒤로는 계속 마음이 쓰인다.

은서가 아침밥을 절반 남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것질을 찾는다.

밥 안 먹고 간식 찾는 건 안 된다고, 못 준다고 했더니 운다.  


일기를 쓰면서 답답한 마음을 적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보다는 내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네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답은 바로 나왔다.

그걸 하라고, 더 미루지 말라고, 넌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커 가는 아이들, 작가 생활, 주위 환경의 변화.

나도 변화의 과정 중에 있다.

그리고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

나다운 삶이 뭘까.

그걸 찾아가는 과정, 찾은 채 살아가는 과정이 인생이지 않을까.

우주 전체도, 우주의 일부인 나도 똑같았던 적이 단 하루도 없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만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