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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05. 2024

언제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8.

신이 우주를 지배한다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고, 우연이 지배한다고 해도, 네 자신은 아무런 목표 없이 너의 운명을 우연에 내맡기고 살아가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8 중에서



6시에 일어났는데 다시 방으로 불려 들어갔다.

밤에 열은 나지 않았지만 은서가 한 번씩 깨서 나를 찾았다.

아침에도 다시 재우고 나오는 참이었다.

10분도 안 돼서 울며 엄마를 찾는다.

왜 우냐고 물어도 계속 울기만 하는 아이에게 지쳐 갈 즈음  "같이 자자고오~" 외친다.

눈 떴을 때 엄마가 없으니 불안했을까.

발밑에 켜둔 난로만 후다닥 끄고 누웠다.

은서를 안고, 손도 꼬옥 잡고 2시간 30분을 더 잤다.

배고프다는 아들들 속삭임이 아니었으면 더 잤을지도 모른다.

  

선우 피부가 잘 낫지를 않아 점점 두려워진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까 봐 무섭다.

어떻게든 내 선에서 관리해 보고 싶은데 잘 안되고 있다.

밤이 힘들다.

선우의 가려움도, 은서의 열도 모두 밤에 심해졌다가 아침이면 소강상태다.

괜찮아졌다고 방심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또 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요즘 육아에 조금 지쳐 있는 것 같다.

육아는 어렵고 끊임없이 내 한계와 마주한다.

인성, 인내부터 요리·살림·재정관리에 대한 부족함도 함께 느낀다.

이런 것 모두 미뤄두고 글쓰기가 자리하는 부분이 커져서 그런 걸까.

안 쓰면 안 될 정도로 나를 형성하는 데 큰 부분으로 자리해 버렸다.

글쓰기에 밀려난 나머지가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어젯밤, 욘 포세의 《샤이닝》을 읽다가 잤다.

소설 내용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평소 생각하던 내 마음 하나와 연결되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글과 관련된 거였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시, 소설, 동화, 칼럼 등 글과 관련해서라면 다양하게 써 보고 싶다.

이제 30대 중반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이룰 날도 올 것이다.

지금은 해보지 않았고 시작 단계라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하려면 몸도 마음도 관리해야 한다.

글쓰기도, 육아도, 요리·살림·재정관리도 흘러가는 시간에 맞기지 말고 답답하고 잘 안되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하자.

우연도 내가 만들어 나간다.

계속하다 보면 우연이 기회로, 실력으로 만들어지는 날이 온다.

쉬워지진 않아도 잘 안 됐을 때 다시 시작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질 거라 믿는다.

그래, 언제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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