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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20. 2024

상황이 아닌 내 마음이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40.

신들에게 능력이 있다면, 너는 네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 주고,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게 해 주며, 그 어떤 일에도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않게 해 달라고 왜 기도하지 않는 것이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40 중에서



신경 쓰이는 문제 하나가 있으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주말 동안 예상하지 못한 일 두 가지가 있었다.

그 일을 마무리 짓고 나니 밤이었다.

모처럼 남편이랑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영화는커녕 내 일도 못하고 자버렸다.  

다음 날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을 갑작스레 맞닥뜨렸다.

고민하고 고민하느라 다른 일은 다 미뤄져 버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 또다시 밤이었다.

아, 오늘은 이것도 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못 했어.

아이들에게 이제 자러 가라 하고 거실을 닦고 있었다.

그때 윤우가 무거운 얘기를 꺼냈다.

애들 자면 그때 못했던 일 해야지 했었는데 책상에 앉아 시간만 흘러갔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 남편에게 사진이 왔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위해 당일 올라간 참이었다.

아직 안 자고 있어서 남편과 통화로 고민을 나누었다.

남편은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해가면 된다고, 못한 일 말고 내가 한 일을 생각하라고 했다.

자신도 국토종주가 끝나면 해야 할 일이 또 산적해 있지만, 오기 전에 하나 끝내 놓고 와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남편이 해결해 가는 것은 일인데 나는 하고 말을 줄였더니 내가 하는 일도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 덕분에 밖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거라는 말에 기운을 내고 자러 갔다.


눈 떠 보니 아이 셋 모두 한 방에 자고 있다.

아침을 챙기고 학교에 보내고 청소를 하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충분히 생각할 일이다.

내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하지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려워하지 않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기를 기도하자.

상황보다 그 상황을 대처하는 내 마음이 주도권을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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