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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n 21. 2024

지금 내게 주어진 일과 행복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9.

너는 너의 이성이 순수하고 온전히 작동하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 네게 주어진 일을 이루어 내고, 각각의 것에 대한 지식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자신감이 훼손되거나 방해를 받지 않는 가운데 계속해서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을 행하여야 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9 중에서



2, 3학년이 구강검진 대상이라 학교와 연계된 치과에 갔다 왔다.

학년, 반 별로 지정된 날짜가 있어서 어제는 윤우만 데리고 갔다.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먼저 와 있었다.

먼저 치료받고 있는 친구를 포함해 세 아이는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가족과 있을 때와 친구들과 있을 때의 윤우는 조금 달랐다.

평소 같으면 차분하게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기다렸을 아이가 친구가 있으니 장난기가 더 상승했다.

작은 구멍 세 개 중 하나를 때우고 나머지 두 개는 선우 검진 날로 예약을 잡고 왔다.

치과 치료처럼 아이 건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오면 엄마로서 임무를 했다는 뿌듯함이 든다.


집에 오자마자 공을 들고 놀러 나간다.

6시가 넘어 운동장에 놀고 있는 윤우를 불러 마트로 갔다.

선우, 윤우는 장난감과 축구공을 구경하러 가고, 우리는 장 보러 바로 갔다.

장을 다 볼 때까지 내려오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러 남편이 올라갔다.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윤우 품에는 새 축구공이 안겨 있었다.

마침 지난주 주문했던 새 유니폼도 와 있던 참이었다.

새 축구공을 안고 잔 윤우가 기분 좋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축구 선수와 축구에 관한 질문이 이것저것 쏟아진다.

축구 수업이 있는 오늘, 홀란드의 하늘색 새 유니폼을 입고 하늘색이 섞인 새 축구공을  안고 학교로 갔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등교했고, 막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개고 있던 빨래를 내려두고 책상 앞에 앉았다.

조금 뒤, 방문 열리는 소리와 은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내게 오지 않는다.

살금살금 어디 있나 찾았더니 책을 옮겨 놓은 윤우 방에 앉아 있었다.

왜 엄마한테 안 왔냐고 물으니 책 보고 있었다며 빙긋이 웃는다.

선우도 한 달마다 1단계씩 오를 만큼 로봇과학을 재밌게 배우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며 하루하루 커 가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나도 아이들처럼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이 마음을 소중하게 지켜 나가야지.

그러므로 오늘도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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