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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n 20. 2024

우리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8.

네 자신을 선한 사람, 겸손한 사람, 진실을 말하는 사람, 사려 깊은 사람, 순리를 따르는 사람, 마음이 고결한 사람으로 만들고, 그런 후에는 네게 다른 명칭이 붙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러한 명칭들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서둘러서 다시 회복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8 중에서



아파트 상가에 있는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샀다.

이것저것 골라서 2만 원이 넘었었다.

공과금이 빠지는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긋는 동시에 핸드폰에 진동이 왔고, "영수증 드릴까요?" 묻기에 괜찮다고 했다.

집에서 빵을 먹으며 핸드폰을 꺼냈더니 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안 됐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나도 직원도 확인을 안 해서 둘 다 결제가 된 줄 알았다.

공과금이 빠져나가면서 400원 차이로 잔액 부족이었다.

다시 집 밖으로 나가기엔 바깥 날씨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

검색을 해서 전화를 했다.

직원분도 우리가 나간 뒤에 결제가 안 된 걸 알고 어떡하나 동동 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계좌이체도 괜찮은지, 계좌를 알려주시면 바로 입금하겠다고 했더니 감사하다며 알려주었다.

그러고 일주일 뒤 남편과 오전에 빵집에 갔다.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왔다.

당황해서 고개를 드니 그때 감사했다며, 연락 안 주셨으면 자신이 물어냈어야 했는데 고맙다고 커피를 주었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하는 나는 그때 그 직원분이었는지도 몰랐고, 그 일도 잊고 있었다.

나를 기억하는 것도 신기하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선의로 돌려받으니 내가 더 고마웠다.


어제는 사촌 언니에게 아이 옷 택배를 받았다.

며칠 전, 집 주소를 물어보기에 착불로 보내 달라 했더니 선불로 보내왔다.

큰 우체국 박스에는 아이들 옷뿐만 아니라 학용품과 작은 가방들도 함께 들어 있었다.

더 줄 것 없을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담았을 언니 모습이 떠올랐다.

옷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커피 쿠폰을 보냈다.

뭘 이런 걸 주냐고, 고맙다는 문자에 나도 빙그레 웃었다.

당연하든 당연하지 않든 좋은 마음에는 좋은 일이 따라온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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