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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n 23. 2024

샷시 설명회에서 만난 귀한 인연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1.

만물이 서로 간에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익혀서 네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 그 방법을 사용해서 만물의 그러한 측면을 부지런히 연구해서 거기에 정통한 자가 되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1 중에서



비가 쏟아지던 토요일 오후, 샷시 설명회에 갔다.

새로 이사 갈 곳이 샷시 포함해서 손 볼 곳이 많아 인테리어를 공부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보다 알아보고, 조율하고, 신경 쓰는 시간이 아까웠다.

인테리어는 밝고 깔끔하면 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하나부터 열 가지 모두 내가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해야 할 게 많다 보니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그 시작이 샷시였다.


설명회 세 타임 중 우리는 두 번째 시간대에 참석했다.

우리 가족과 노년 부부 한 팀까지 두 팀이 다였다.

샷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 시간이 됐을 때, 내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대로 신청서를 써도 될 것 같은데 남편은 조금 더 있어 보자 한다.

나오는 길에 같이 설명을 들었던 아저씨 한 분이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고 싶으시다고 했다.

그래서 1층 로비에 앉아 샷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나도 손에 분홍색 노트가 있었지만, 아저씨도 갈색의 줄 노트를 들고 있었다.

노트 안에는 샷시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뿐만 아니라 주방 등 인테리어에 관해 공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저씨도 리모델링 해서 이사할 예정이고, 자신도 잘 몰라서 유튜브로 공부하고 있다 했다.

이사할 아파트는 다르지만 건너 건너 아파트라 이웃 주민이 된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자리였다.

이 정도만 알면 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보험도 필요한 그 순간만 공부하고 결정하고 잊어버린다.

그래서 자동차보험도 매년 다시 공부한다.

인테리어도 살면서 할 일이 뭐 얼마나 있을까 싶고, 크게 관심도 없어서 예산 맞춰서 저렴하게만 하려고 했었다.

아저씨를 보면서 이왕 공부하는 거, 내가 공부한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해야겠다.

알면 알수록 인테리어에 더 욕심낼까 봐, 적당한 수준으로만 알고 하자 싶었다.

큰돈을 써서 하는 만큼 더 꼼꼼하고 야무지게 해야만 비용도 아끼고 집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길 것 같다.

정보보다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귀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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