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진 Jun 26. 2024

큰 나무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4.

교양을 갖추고 겸손한 사람은 모든 것을 주기도 하고 다시 가져가기도 하는 자연에게 이렇게 말한다 : “그대의 뜻대로 주기도 하고 가져가기도 하시게나.” 그는 만용과 허세를 부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겸허히 순종하고 기꺼이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말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4.



아파트 단지에 10층 높이 정도 되는 큰 나무가 있다.

놀이터 정자에 앉아 있으면 정면에 우뚝 서 있는 나무가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자리라 나무도 가만히 있을 때가 드물다.

초록 잎을 사르륵 흔들며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한낮일 땐 푸른 하늘과 구름을 배경 삼아 멋지고, 해지는 시간대엔 나무 뒤편으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 멋지다.


정자에 앉아 있으면서 책도 읽고 글도 끄적이려고 에코백에 이것저것 넣어 나온다.

하지만 멍하게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노는 모습, 나무와 아파트,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가 더 많다.

나무 아래 벤치에 자주 앉아 있는 할머니 두 분이 있다.

각자 자신의 딸과 아들과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신다.

인간은 나이가 들고 죽음이라는 확실한 미래가 정해져 있지만 우주와 자연의 시간은 무한하다.

그러한 존재 앞에서 나는 언제나 작아진다.


 

작가의 이전글 눈 떠서 가장 먼저 보는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