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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n 25. 2024

눈 떠서 가장 먼저 보는 존재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3.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네 자신에게 이렇게 반문해 보라 : “다른 사람들이 정의롭고 바르며 참된 것을 비난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3 중에서



일찍 잠자리에 든 아이들이 깨우지 않았는데도 일어났다.

안방 침대에 누워있는 선우 표정이 어둡다.

“Tooth fairy가 안 왔어….”

아차, 깜빡했다!

이번에도 임기응변이 필요했다.

후다닥 지갑에서 돈을 꺼내 이불 아래에 넣어 두고 왔다.

여전히 시무룩해 보이는 선우에게 잘 찾아봤냐, 선우가 너무 일찍 일어난 게 아니냐, tooth fairy가 깜빡했나, 은 이가 무거웠나, 혼나고  다시 오는 거 아니냐 하며 같이 찾아보자고 했다.

매트 아래에 있는 돈을 보고는 웃는다.

그리곤 이의 요정이 혼날 것을 걱정한다.

빠진 이와 조그맣게 적은 편지가 들어 있는 지퍼백을 베개 밑에 다시 넣어둔다.

아침을 먹으면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빨리 오면 좋겠다는 얘기도 한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를 믿고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나도 어릴 때 느껴본 감정이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이 정말 있을 거라고, 어디선가 악당과 맞서 싸우고 있을 거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안고 잠드니 꿈도 이상한 걸 꾼다.

아직 이의 요정과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아이들과 소꿉놀이하며 꺄르르 웃는 딸이 부럽다.

무엇으로도 재밌고 행복할 준비가 된 존재들이다.  

이제는 세일러문도, 산타도 믿지 않는 어른이 되었지만 괜찮다.

눈 뜨면 순수한 아이들을 제일 먼저 볼 수 있으니 나의 큰 행복이라 여기며 산다.

자주 깜빡하는 이의 요정은 뒤늦게 아이 베개 밑에서 이를 챙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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