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진 Jul 02. 2024

선한 삶에 이끌리는 이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0.

우주의 본성이 어떤 존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유익하다. 또한 바로 그 순간에 그 존재의 유익을 위한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0 중에서



어떤 존재를 ‘나’라고 했을 때, 우주가 내게 일어나게 하는 일은 유익하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 이롭고 도움이 되기 위해 일어나는 일이다.

우주의 본성이란 무엇이고, 유익한 일이란 무엇일까.


학교 숙제와 일기를 쓰느라 둘째가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질문도 많고, 할 얘기도 많은 윤우가 이런저런 말을 한다.

학교생활, 친구 관계, 친척… 숙제 조금 하다가 말하고, 또 조금 하다가 말한다.

얼른 하고 자면 될 텐데 아이 말에 답해주고 숙제 끝나길 기다리니 열두 시가 넘었다.

아이 이야기 속엔 놀라운 일도, 속상한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제법 의연하게 대처한 모습이 대견했다.

친구의 비밀을 무겁게, 당연하게 지켜줄 줄도 알고 슬픈 일엔 슬프겠다고 공감할 줄도 아는 속 깊은 아이다.


둘째는 첫째와 18개월 차이 난다.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너무 일찍 큰아이가 되게 해서 첫째에게 미안했다.

반가움과 축하가 제일 먼저가 아니었다는 이 마음이  둘째에게 또 미안했다.

하지만 금세 기쁨과 설렘으로 이어졌다.

어린 선우가 놀고 있는 틈에 선잠이 들었다.

선우 목소리가 들리는 현실과 몽롱한 잠의 경계에 있을 때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이 아이는 네게 선물이란다.”

굵고 낮은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

하느님 목소리가 꼭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연년생이라는 걱정스러움이 이러한 목소리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지만 내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둘째의 태명은 선물이가 되었다.


우주의 본성은 선하다.

선한 삶에 이끌리는 이유도 우리가 우주의 일부이기 때문에, 선한 본성의 우주 안에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 아이 모두 계획 임신이 아니었기에 첫 감정은 당황스러움이었다.

그럼에도 바로 이때에 아이가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주의 본성이 어떤 존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유익하다. 또한 바로 그 순간에 그 존재의 유익을 위한 것이다.’

내게 세 아이는 이 문장의 답이다.




작가의 이전글 힘든 일을 만날 때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