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1.
대지는 비를 좋아하고, 저 고고한 하늘도 비를 좋아한다. 그리고 우주도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우주에게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 일이 일어나기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1.
시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3일간 장례를 치르면서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이렇게 가족들과 평온하고 화목하게 애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인을 떠올리며 웃다가 울고 그리워했다.
할머니처럼 살다 가고 싶다 생각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시외사촌들과도 3일간 많이 가까워졌다.
이틀 내내 비가 많이 오더니 발인하던 날 맑게 개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며 남해로 갔다.
마지막 가는 길 가족들 고생하지 말라고, 조금 덜 슬퍼하라고 날씨도 좋았을까.
서울에 사셨던 시외할머니와는 몇 번의 만남으로 인한 에피소드와 기억밖에 없다.
그럼에도 할머니가 떠난 자리가 내게도 남아있다.
한 사람의 생애는 적어도 한 사람 이상에게 흔적을 남긴다.
호호 할머니처럼 세상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살다가고 싶다.
내가 떠나는 날도 오늘처럼 맑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