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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09. 2024

경험하는 것과 나 사이



출처 : 바로엔터테인먼트


시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변우석을 만났다. 아, 아니. 변우석 닮은 시외사촌동생을 만났다. 몇 년 전 봤을 때도 연예인을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제 보니 알겠다. 선하고 서글서글한 외모가 선재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 변우석이다. <선재 업고 튀어>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인기가 대단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남편의 외가는 친가만큼 만날 일이 잘 없었다. 이번에 외할머니의 장례로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그때 내가 책을 네 권 낸 작가라는 사실이 꽤 큰 화두였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사촌 동생들 사이에서도 놀라움을 받아 쑥스러웠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이미 알고 계시던 어른들로부터 퍼져나갔으리라. 아이 셋 키우며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겐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지만, 타인의 눈엔 특별해 보였나 보다. 


앞서 변우석 닮은 사촌 동생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다. 책에 대해, 작가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보고 궁금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도 물어보고, 다음에 책에 사인 해줄 수 있냐는 다정한 말도 건넸다. 

조문의 마지막 날이라 할 수 있는 이튿날 밤이었다. 두 테이블 정도의 조문객만 남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사촌 동생들, 이모, 형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 앞에는 나를 형수님이라 부르는 변우석이, 아니 변우석을 닮은 동생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질문이 이어졌다. 그때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내어 정리해 보면 이렇다.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Q: 형수님은 언제부터 글을 썼어요?

A: 음… 애들 서너 살 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Q: 어떻게 글을 쓰게 됐어요?

A: 저는… 애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Q: 책을 내는 건 출판사랑 컨텍해서 내는 거예요? 

A: 네. 메일로 투고하는데요, 거절도 많이 받아요. 하하하. 그래도 계속 투고해요. 될 때까지. 그중에서 연락해 오는 곳과 같이 책을 내요. 


Q: 주로 어떤 글을 쓰세요?

A: 에세이를 주로 쓰고요, 나중에는 소설도 써 보고 싶어요. 나중에요^^

Q: 아… 그럼 쓸 소재가 계속 있는지, 떠오르는지….

A: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게 글감이 돼요.

Q: 모든 게 글감이라 하면… 지금, 장례 이런 것도…? 

A: 네. 뭐든요~ 어떻게 하면 글이 될지 계속 생각하고, 글을 쓰고, 주제에 맞게 분류해서 묶기도 하고요.


Q: 지금도 쓰고 있어요?

A: 네~ 원고 하나는 투고 중이고요, 계속 써 나갈 거예요^^


Q: 애들 키우면서 언제 글을 쓰는 거예요?

A: 저는… 틈틈이 써요. 노트북 열어놓고 틈날 때마다 써요. 애들 놀 때, TV 볼 때요~

Q: 와… 형수님 앞에서는 시간 없다 말 못 하겠는데요.

A: 하하핫. 아니에요~ 청소에 쓰는 에너지나 다른 것 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글 쓰는 시간에 쓰려고요. 그래서 집은 안 깨끗해요^^;; 



© andrewtneel, 출처 Unsplash


그날 주고받았던 대화가 한 편의 글이 되었을 줄은 당사자는 모르리라. 

평범한 일상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특별하고 재밌어질 수 있다. 일상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제는 책을 읽으며 느꼈던 공감과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쓴다. 글에서 내 경험이 빠지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뻔한 글이 되고 만다. 내 경험으로 도움 줄 수 있는 글을 쓰려니 반듯한 인생을 살게 된다. 글쓰기의 힘이다. 


우리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동안의 경험을 쓴 책, 사물을 설명한 책도 무수히 많다. 연구되지 않은 분야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사람이 다 다르듯 각자가 경험한 일도 다 다르다. 사물에 대한 의미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나를 거쳐 가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기록해 가고 싶다. 

일상의 모든 게 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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