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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16. 2024

오늘의 내가 참 사랑스럽다




© victoriavolkova, 출처 Unsplash


나는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외면과 타인의 평판을 신경 쓸 때 자각한다. 내면 곳간이 텅 비었구나. 자존감이 바닥났구나. 이럴 때 내 상태를 보면 우울 모드다.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 것 같고, 부족하고, 잘 못하고 있다고 여겨져서 울적하다.     

스스로 중심을 맞춰 간다고 여겼는데 다시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두 번째 책이 나온 후, 출간의 기쁨과 뿌듯함, 보람과 동시에 혼란스러움도 함께 왔다.

남동생은 이걸 한 단계 도약할 과도기라고 했다. 고민 끝에 도달해 내린 판단이 내 정체성일 거라고, 그렇게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거라고, 누나는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줬다.

  

머피의 법칙을 정통으로 맞았던 날 밤. 아이들은 잠들고 거실에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무 중에 전화 걸 땐 혹시 출동 중일까 봐 신호음 두세 번에 받지 않으면 끊는다. 다행히 그날 밤은 바로 받아서 통화를 했다.

지금 상황과 내 심정을 얘기했다. 찬찬히 듣더니 이것저것 질문한다. 답을 하다 보니 좀 더 객관적으로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남편은 나를 너무 몰아가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라고, 좋아하는 거 하면 된다고, 모두에게 통하는 게 나한테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눈물이 났다. 남편도 지금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데, 나는 어떤 나를 기대하고, 숨 차하며 쫓아가고 있었을까.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 yingzge, 출처 Unsplash


초등학생 때, 우리 남매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던 이웃집 남매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데다 남동생도 두 살 터울로 같았다. 집에 책도 많았고, 책을 많이 읽었던 친구는 나이에 비해 조숙했다. 나와 남동생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파워레인저나 디즈니 만화를 빌려 볼 때, 친구는 외국 하이틴물과 히어로물을 빌려봤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과 <금발이 너무해>를 봤었다. 친구네 집에서 책도 많이 빌려 읽었다.      


동생과 엄마는 계속 교류를 이어가는데 나는 같은 반이었던 2, 3학년 때 잠깐 친하고 자연스레 멀어졌다. 나와 반대인 통통 튀는 성격도 있었지만, 같이 있으면 이상한 불편함이 있었다. 직접적으로보다 둘러서 기분 상하는 일이 많았다. 어린 마음에도 나를 깎아내리는 말과 행동은 알았던 거였다.


나는 학창 시절, 주목받고 인기 있는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그 시절을 지나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감은 없었지만, 내 안에서는 나라는 존재감을 키워 나가느라 고군분투하는 시기였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해로운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지키는 일이었음을 어른이 되어 알았다. 지금도 여전히 내게 해로운 일은 멀리하고, 나도 해로운 존재가 되지 않으려 한다. 어린 시절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의 내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타인에게 죄를 짓지 않는 것이 내게도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내게 떳떳할 수 있으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키워갈 수 있다.



© edwardutra, 출처 Unsplash


남편과 나는 고슴도치 부모다. 둘이 있을 때 아이들이 예쁘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선우, 윤우가 너무 좋다고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안는다. 네 살 은서한테는 더하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쪼끄만 아이가 참 귀엽다며, 어찌 이리 예쁘냐고 수시로 얘기한다. 베개에 마주 보고 누웠는데 나를 보고 있는 은서 얼굴이 찌그러졌다. 그런데도 마냥 사랑스럽다. 아이들에겐 후한 이 마음이 나에겐 왜 박할까. 비교 때문이었다.

    

"낮은 자존감은 계속 브레이크를 밟으며 운전하는 것과 같다."

"인생의 모든 덫과 함정 중 자기 비하가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데, 이는 우리 스스로 직접 설계하고 파낸 구덩이기 때문이다."

《성공의 법칙》 저자 맥스웰 몰츠가 한 말이다.

    

비교로 인한 우울감, 무력감이 나를 찾아올 땐 재빠르게 기분을 환기하는 게 필요하다. 나를 암흑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인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외적으로는 샤워를 해서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거나 주변 정돈을 한다. 안으로는 좋은 글과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채워주면 훨씬 나아진다.

      

엄마와 글 쓰는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고 줄다리기하는 나를 알기에 오늘의 나를 사랑한다. 부족하다, 못났다고 여길 때도 있지만 금방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충분하다고 토닥인다.

나에게 필요한 건 타인의 후한 평가가 아니다. 안으로 곪고 상처 난 곳은 없는지 살피고 돌보는 일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만큼 나도 예뻐하며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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