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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11. 2024

저마다의 성장을 이뤄내며 여물어가는 여름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9.

어떤 일을 할 때마다 각 단계에서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라 : "이 일을 마치지 못하고 죽을 것이 두려워서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9.

 


전날, 밤늦게까지 자전거를 만지고 고치던 남편 옆에서 "다 했다!"를 외쳤다.

뭘 다했냐고 묻기에 하고 있던 일들을 당겨서 마무리 지었다고, 나와 약속한 마감 시간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제 새로운 일에 집중할 때다.

'역시, 넌 한다면 할 줄 알았어, 이번에도 믿었어.'

이렇게 나와 신뢰를 쌓아갈 때 뿌듯하다.


책상 앞에서 졸다가 침대에 잠깐 누웠다.

눈을 뜨니 저녁 시간이다.

오빠들만 놀러 나갔다고 찡찡하던 막내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선우는 막 씻고 나왔는지 쭈그려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덥다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켜두었다.

초등학생이 되니 씻고, 자기 할 일 하는 것까지 스스로 잘한다.

뒤이어 윤우도, 남편도 차례로 집으로 복귀한다.

남편이 사 온 치킨으로 저녁을 대신하면서 아이들 학교생활과 친구들 얘기를 들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동생이 <돌풍> 다 봤다고 연락이 왔다.

휘몰아친다면서 너무 재밌다고 추천한 드라마인데 동생이 먼저 다 봐버렸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며칠 못 봤을 뿐인데 그 사이에 다 봐버리다니.

스포 하지 말라고 철저히 단속한 후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동생은 조카들의 근황을 묻는다.

선우, 윤우의 초등 생활을 재밌게 듣는 삼촌이기에 오늘 전한 얘기에도 놀라워하고 껄껄껄 웃는다.


늘 우선순위를 잊지 않으려고 내게 중요한 일부터 끝마치려고 한다.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 또한 잊지 않으려고 눈과 귀에 꼭꼭 담아 둔다.

오늘 들었던 재밌는 이야기는 남편과 공유하고, 짧게나마 기록한다.

2주 뒤면 여름방학이다.

우리는 그 시간을 또 얼마나 복닥거리며 여물어 갈 것인가.

같은 시공간 안에서 저마다의 성장을 이뤄내며 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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