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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12. 2024

험담을 하는 것부터가 내 허물이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30.

어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화가 날 때마다, 그 즉시 네 자신을 돌아보고서, 너도 돈이나 쾌락이나 명성 등등을 선하고 좋은 것으로 여겨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너의 분노가 신속하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30 중에서



내가 뭐라고.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일종의 뒷담화인데… 나는 뭐 잘 났다고 이런 말을 하나 싶을 때가 있다.

황급히 그 이야기를 끝내거나 좋은 말로 끝맺어 보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기가 힘들다.

남는 것은 찝찝함과 부끄러움뿐이다.


어떤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에게서 언뜻 내 모습이 비친다.

싫어하는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니 멀어지고 싶었구나, 나도 은근하게 저런 행동과 말을 내 풍겼으면 어쩌지….

또 한 번 부끄러움에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쓰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남편에게 나름 쓴소리를 했다.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감정이 상황의 논지를 흐릴 것 같아 멈췄다.

때론 삼키지 않고 해야 할 말도 있다.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상대방이 실망할 까 봐, 나만 참으면 다 괜찮으니까… 하고 삼키고 쌓아두면 내가 병이 난다.


남의 허물을 들추면 내 허물까지 들춰질 각오를 해야 한다.

험담을 하는 것부터가 내 허물이 된다.

만약, 누군가를 보고 분노하고 있다면 분노하고 있는 그 태도가 내게도 있지 않는지 황급히 돌아볼 일이다.

《명상록》을 필사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친구와 통화하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제들을 주고받으며 잘했다, 큰 거 하나 해결했네, 잘 될 거라고 응원했다.

잘 될 일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고 힘들 뿐이다.

목적지까지 흑화 하지 않고 조화롭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나를 되돌아보되, 하지 못한 말로 나를 찌르지 않는 것이다.

고심 끝에 해야 할 말이라는 결론이 나면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결국, 잘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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