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1.
“내 안에서 마음이 웃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1.
“내 안에서 마음이 웃었다.”
이 짧은 한 줄 덕분에 종일 밖으로 다녔다.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모르겠다.
어렴풋이 알 것 같으면서도 이걸 어떻게 글로 풀어낼지 막막했다.
그때 퇴근 중이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건강검진 가야 하는데 같이 갈래 물었다.
선뜻 따라나섰다.
기다리는 동안 은서와 나는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구 진주역을 철도 문화 공원으로 꾸며 놓아서 기차도 타 보고, 전시관도 둘러보고, 색칠도 하며 기다렸다.
이어서 남편 앞으로 들어온 떡 배달을 가고, 밥솥을 보러 마트에 갔다.
간 김에 아이들 방 침대 패드를 두 개 샀다.
이제 여름용은 걷어내고 도톰한 것을 깔아줄 때가 왔다.
선물 받은 쿠폰으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샀다.
먹으면서 인터넷으로 밥솥을 주문했다.
그리고 곧장 아이들 방과 후 축구 수업을 보러 갔다.
축구하는 날이면 엄마, 아빠 꼭 보러 오라고 당부하며 나간다.
오빠들이 축구하는 동안 은서는 옆에서 모래 놀이를 했다.
찍을 틈도 없이 혼자서 다섯 골을 넣는 윤우를 보며 와하하 웃다가 선우 축구까지 다 보고 돌아왔다.
같이 자전거 타러 나가자는 아빠 말에 아이들은 얼른 제 할 일을 한다.
남편은 자전거 정비를, 아이들은 숙제와 루틴을, 은서는 책을 보느라 조용하다.
나도 “내 안에서 마음이 웃었다” 문장과 다시 마주 앉았다.
여전히 아리송한 문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졸았다.
잠깐 엎드렸다 일어나니 으슬으슬 추웠다.
멍하게 앉아 있으면서 고민했다.
나도 같이 갈 것인가, 집에 남을 것인가.
내가 안 가면 은서는 못 가고, 아빠와 자전거를 타자하니 엄마랑 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다 울음을 터트렸다.
결국 좀 더 힘을 내어 나도 따라나섰다.
자전거 부품을 사러 가는 길에 강변도 달리고, 다른 동네 놀이터에서도 놀았다.
제일 신난 건 은서였다.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니 나오길 잘했다,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기분 좋았다.
네 살, 야외활동과 놀이터를 좋아할 나이다.
이렇게 종일 논 날엔 일찍 잠들고, 12시간가량 자고 일어난다.
문장 하나를 핑계로 나도 종일 밖으로 밖으로 다녔던 날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더 다양한 글감을 얻을 수 있다.
결국 글을 매듭짓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갔다.
이 문장을 다시 마주한 오늘.
어제 하루를 떠올리며 글을 쓰는 지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하며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고.
어쩌면 한 줄의 문장 덕분에 그 문장과 어울리는 하루를 보낸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