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1.
너라는 사람은 얼마 후에는 죽어 없어져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고, 네가 지금 네 눈으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될 것임을 생각하라.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생겨나서 변모하다가 사멸하고, 뒤이어서 다른 것들이 또다시 생겨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1.
오늘도 우리 집은 시끌벅적하다.
소리치며 울다가도 숨넘어가게 웃는다.
씻으러 가려는 나를 막내 울음소리가 멈춰 세웠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오빠가 먹고 있는 얼린 포도주스를 가리킨다.
선우는 거실에서 자신이 얼려둔 주스를 퍼먹으며 책 보고 있었다.
저건 이제 더 없으니 짜요짜요를 먹자고 했다.
싫다고, 오빠가 먹는 걸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나눠 먹으라고 했다.
선우도 은서도 탐탁잖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선우가 숟가락으로 퍼 주는데도 은서는 먹지 않고 찡찡거렸다.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동생에게 선우는 몇 차례 더 숟가락을 내민다.
그 모습을 보며 씻으러 갔다.
씻고 나오니 은서가 훌쩍이며 오더니 말한다.
"혼자 먹고 싶었단 말이야."
그건 선우도 마찬가지 아니었겠나.
그래도 나눠 먹어야 한다는 걸 말하며 아이 관심과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책을 가리켰다.
"엄마 방 닦을 거니까 침대에서 이거 읽으면서 기다려줘."
책을 보고 기분이 풀렸는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알겠다고 한다.
그때 선우가 왔다.
방 닦는 동안 선우가 은서 책을 읽어주었다.
누워서 책 보는 남매 모습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 투닥대던 오빠 동생이 맞던가.
아니! 야아! 으아아앙! 싫어 안 할 거야! 아니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큰소리가 나고 시끌시끌하다.
오늘 선우, 윤우가 만들어온 로봇과학을 가져 놀다가 배터리 닳으니까 윤우가 그만하라고 했다.
엄마 마음엔 오빠가 그만하라고 하면 순순히 그만해 주면 좋겠다.
오빠들도 동생에게 좀 더 다정하게 말해주면 좋겠다.
감정 상하기 전에 개입을 해야겠다 하는 차에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지. 소리치며 화내다가 이렇게 순식간에 웃는다고?
셋이 모여 있을 땐 어떤 식으로든 시끌시끌하다.
조용한 순간이 몇 없다.
생명 그 자체인 아이들을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우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우린 결국 사라질 존재다.
시기만 다를 뿐 너도 나도 이 세상에 잠깐 머물다 갈 뿐이다.
생에 미련이 생긴다면 그건 자식 때문일 것이고, 미련이 남지 않는 것도 자식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 부모 자식 관계는 나의 존재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