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3.
우리의 모든 행동의 총합인 인생이 정해진 때가 되어 끝나더라도 그렇게 끝난다고 해서 해를 입는 것이 전혀 아니고, 정해진 때가 되어서 이 일련의 행위들을 끝낸 주체도 결단코 해를 입지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3 중에서
<굿파트너>가 끝나고 꼬박꼬박 챙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1992년을 배경으로 성인 용품 방문판매하는 여자의 성장기를 그린 김소연 주연의 <정숙한 세일즈>다.
어제 화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피우고도 뻔뻔한 남편, 아빠가 있는 가족을 얘기하는 아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무리 90년대 보수적인 사회라곤 하지만 정숙이 참고 사는 결정을 내리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다.
정숙이네 가족이 예전에 놀러 갔던 호수를 다시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고맙다는 남편에게 정숙은 말한다.
"민호가 그러는데 당신이 웃으니 내가 웃고, 내가 웃으니 민호가 웃었대. 동화책에서 봤는데 행복은 서로 물드는 거라나? 근데... 불행이 더 빨리 물드는 것 같기도 해. 당신이랑 미화 본 그날 이후 나 진심으로 웃어본 적이 없거든. 난 이제... 당신 미소가 역겹다? 내가 불행하면 민호도 느낄 텐데 그렇게 만들 순 없어. 네가 아팠으면 해서. 당신이 잃은 것들이 뭔지 오래도록 추억하면서 두고두고 아팠으면 좋겠어. 이제 그만 내 인생에서 꺼져주라. 이혼하자 우리."
자신의 결정을 단호하게 전하는 모습이 멋졌다.
이름처럼 정숙한 여성인 주인공의 당당한 홀로서기가 기대된다.
매력을 느끼는 사람에겐 반전 매력이 있다.
수줍음 많고 조용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정숙이 생계를 위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성인 용품 판매에 뛰어들고,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뒤에서 욕하던 사람들을 자기 고객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의 모든 행동의 총합인 인생'이란 글귀를 보며 어제 본 드라마 속 정숙이 떠올랐다.
정숙이 세일즈에 뛰어들어 돈을 버는 행동 하나, 마을 사람들 멸시에도 밀고 나가는 행동 하나, 이혼을 결심하는 행동 하나.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정숙이라는 여자의 인생을 만든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공통점 하나가 정숙과 나를 강하게 이어준다.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정숙을 보면서 용기를 내고 힘을 얻는다.
이런 행동 하나도 내 인생에 모두 포함되어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