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4.
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 높이 들려져서, 거기에서 이 세상의 무한히 다양한 인간사들을 내려다본다면, 대기와 천상의 정기 속에서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존재들도 동시에 보면서, 인간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느끼고 멸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여러 번에 걸쳐 하늘 높이 올려져도 그때마다 똑같은 일들과 똑같은 광경만을 볼 수 있을 뿐인 데다가, 그 모든 것들이 덧없고 허망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거듭거듭 인간사를 멸시하게 될 것임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4 중에서
새벽 두 시를 넘겨서 자다가 어제는 일찍 잤다.
열 시가 되기도 전에 누웠다.
평소 같으면 열 시는 잠들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네 시에 맞춰둔 알람을 끄고 몇 개의 알람을 더 끄고서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가 많이 억세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필사 글에서 적었던 정숙의 대사가 떠오르면서 혹시 내가 잊고 있는 게 있나, 이 행복이 얼마나 큰 건지 잃어버린 후에 깨닫는 건 아닌가 하는 무서움이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오늘 문장을 썼다.
너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언제라도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늘 마음에 새겨두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중 세 번째를 쓰면서 내가 하늘로 갑자기 높이 들려지는 것 같았다.
하늘 위에서 인간사를 내려다보면 똑같은 일들과 똑같은 광경만 볼뿐인 데다가, 그 모든 것들이 덧없고 허망하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위에서 바라보면 그저 똑같은 모습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무한한 생명을 얻고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나온다.
그걸 축복이라 하지 않고 신의 벌을 받는다고 한다.
인생은 끝이 있기에 더 값지다.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덧없고 허망한 인생일 수 있지만 한 개인으로 축소시켜 보면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삶일 수 없다.
풋풋한 대학생 때 선후배로 만난 우리 부부도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아이들도 결혼 년 수만큼 자라 버렸다.
내가 받고 있는 사랑과 배려가 얼마나 큰 것이었나, 그걸 너무 당연하고도 익숙하게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 든 무서움이 이것이었나 보다.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흐르고 그 한 시간에 잠깐 걸쳐 사는 게 인간이다.
그렇기에 더욱 찰나의 소중함을 붙들며 살아야 하는 것도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