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7.
그들이 온 힘을 다해 추구했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쓸데없는 일들이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속에서 정의롭고 절제하며 신들에게 순종하는 삶을 사는 것이 참된 앎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합당한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라. 자만심 중에서도 마치 자기 자신이 자만심에서 자유롭게 된 것처럼 생각하는 자만심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자만심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7 중에서
막내 동화책을 읽어주다 잠이 들었다.
이불 없는 휑한 느낌과 은서 몸부림에 잠이 깼다.
눈을 떠 보니 아들 방에 갔었던 남편이 언제 왔는지 자고 있다.
딸은 아빠, 엄마 사이에 끼여 답답해 보였다.
11시가 되기 전에 잔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다.
늦은 밤이든 이른 새벽이든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이 좋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타닥타닥 손을 멈추면 위이잉 노트북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오늘 문장에서는 사치를 행했던 왕들이 거론되고, 이들이 추구했던 것들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쓸데없는 일들이었나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선대 황제들을 보면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를 늘 생각했다.
《명상록》은 그가 끊임없이 성찰하고 사색하여 얻은 자신의 신념, 가치관을 정제된 언어로 담아낸 일기다.
그런 글을 매일 적고 생각하고 짧은 글 한편을 쓰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떤 인생을 사느냐와 같은 말이다.
삶의 끝을 생각하면 삶의 여정이 어떠했는지가 나온다.
사치를 일삼았다던 왕들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동시에 잊어버렸다.
위세를 떨치고 권력 위에서 군림했을 그들이지만 그저 한 시절 존재했던 사람들 중 하나다.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아 《명상록》을 필사하는 나도 100년 후엔 존재하지 않을 사람, 기억에서 지워질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의 글처럼 내게 주어진 것들 속에서 정의롭고 절제하며 참된 앎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고 잊힐 삶이기에 흘러가는 대로 욕망에 충실하며 사는 게 아니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내게 주어진 것들 속에서 충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새벽 눈을 뜬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