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32.

by 안현진

각 사람에게 배정된 시간은 저 무한히 뻗어 있는 시간 중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인가. 한순간에 영원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마는구나. 또한 각 사람에게 배정된 실재는 우주의 실재 중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이고, 각 사람에게 배정된 혼은 우주의 혼 중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32 중에서



열 살 아들과 네 살 딸이 레고를 하고 있다.

“웃긴 거 알려줄까?”

아들이 묻는다.

“뭔데?”

“컴퓨터실 옆에 농장이 있어. 고추 농장.”

무슨 말이지? 학교에 농장이 있었나?

몰라서 물으니 고추 모양 레고 조각을 보여주며 말한다.

“아… 맵겠다….”

“아냐, 살콤살콤해~”

은서가 덧붙여 말한다.

열 살 아들과 네 살 딸이 함께 레고를 하고 있다.

먼저 놀고 있던 오빠를 발견하고는 같이 끼어 논다.

여긴 화장실, 마트 하며 꽤 잘 논다.

떼쓰느라 목소리가 높아지는 동생을 무던하게 받아치는 선우에게 여유가 보인다.

넓은 판 두 개를 합쳐 만든 작은 레고 세상에서 두 아이는 소꿉놀이하듯 논다.


집 근처에 세 아이를 낳은 산부인과가 있다.

어머님에게 들으니 그 병원에 소방차가 여러 대 왔었다고 한다.

화재는 아닌 거 같던데… 하는 말로는 사고가 있었는지 아니면 화재경보기가 울려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시부모님 가게 손님이 오랜만이라며 나와 은서를 알아보았다.

아기 낳으러 간다고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만큼 컸냐고, 은서에게 몇 살이냐고 묻는다.

네 살이라고 수줍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말씀하신다.

“네가 네 살이나 자라는 동안 우린 그만큼 또 나이가 들었네.”

4년, 10년이 숫자로 보면 짧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그 시간이 참 크다.


오빠에게 대드는 은서 이름을 불렀다.

“은서야. 은서 몇 살?”

“네 살.”

“오빠는 열 살이야.”

“…….”

그 의미를 알아듣는 건지 눈치로 아는 건지 아무 말이 없다.


지금 내 나이였을 부모님과 현재 내 모습을 떠올리면 모든 게 한순간에 흘러간 것 같다.

지금까지 그 시간을 하루하루 차곡차곡 살아왔는데도 말이다.

잠깐 머물다 가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얼마나 짧은 생을 살다가는 작은 존재인가.

알듯 모를듯한 울적함에 잠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 다시 기운을 차린다.

눈앞에 있는 아이들 존재가 나를 현실로 계속 되돌려 놓는다.

작은 존재라서 더욱 섬세하고 복잡한 인간의 삶.

내게 주어진 생을 사랑과 감사로 채우며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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