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36.
네가 태어난 것이나 죽는 것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연의 결정을 선의로 받아들여서 순순히 떠나라. 너를 떠나보내는 자연도 선의를 가지고서 너를 떠나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36 중에서
487회.
작년부터 쓰기 시작한 《명상록》이 487일로 끝났다.
2023년 3월 15일 시작한 날의 글을 읽어보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일기를 쓰며 안으로 자신만의 단단한 요새를 마련했다. 《명상록》을 읽고 생각하면서 나도 좀 더 단단해지길 바라본다.'라고 적혀 있었다.
필사하는 동안 내게 일어난 변화로 무엇이 있을까.
먼저, 생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옛날 부귀영화를 누리던 황제들도 현재는 이름조차 모른다.
그러니 세속적인 것에 연연하며 인생을 옥죄며 살 필요가 있을까.
내게 중요한 덕목과 가치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가 '이성'이었던 만큼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성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바른길로 나아가게 해 준다고 믿게 되었다.
세 번째, 판단을 중지하는 힘이 필요함을 느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앞서 미리 걱정하는 것, 이럴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일 멈추기.
일이 일어난 후에 그 일을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며 그것을 조절하는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 번째, 우주의 본성은 선하고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기에 늘 선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선한 행위야말로 우리가 평생 해야 할 일이며 본성대로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한 일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웃을 비롯한 주변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내 행동에 있어서 '이 일은 옳은가. 선한 일인가.' 하는 기준이 생겼다.
다섯 번째,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우주, 자연, 죽음처럼 생각하는 대상이 넓어지다 보니 내 생각도 대상의 넓이만큼 크게 크게 생각해 보는 연습이 되었다.
광활한 대상 안의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지금 내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이 일은 얼마나 작고 하찮은 일인가.
이 일이 나를 흔들 만큼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바닷속에 먹물 하나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바다 같은 존재는 될 수 없더라도 그와 비슷하게라도 닮고 싶어 진다.
1이라는 숫자로 시작하여 487이라는 숫자에 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결혼 생활 중 가장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때에 《명상록》을 필사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독이고, 밖으로 뻗쳐가려는 마음을 계속 안으로 데려오며 중심 잡을 수 있었다.
《명상록》은 한 번 읽었다고 해서 끝인 책이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펼쳐보는 것은 물론이고, 이 문장을 읽었던 때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487개의 내 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게 귀한 자산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