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10.
자공이 말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온화, 선량, 공손, 검소, 겸양의 인품으로 인하여 자연히 듣게 되시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시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정치 권력에 가까이하고자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10 중에서
주말 동안 선우가 아팠다.
해열제와 코감기 약으로 버티다가 월요일인 오늘 이비인후과에 먼저 갔다.
예상한 대로 중이염이 맞았다.
일찍 나선다고 했는데도 대기 인원이 많았다.
지금 뭐 하고 있을 시간이냐고 물으니 1교시는 국어 시간이라 한다.
“아! 오늘 국어 시간에 재밌는 거 한다고 했는데! 2교시는 들을 수 있겠지? 수학은 빠지면 안 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좋아하는 수학도 못 듣게 되었다.
“설마 3교시도 못 듣는 건 아니겠지?!”
3교시는 가장 좋아하는 영어 시간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쉬는 시간에 수학을 해야겠다고 말한다.
그런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때를 떠올렸다.
나는 국어 시간만 좋았다.
수학은 조금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영어는 답답했다.
모르는 걸 모르는 체 넘어갔기에 기초가 약했다.
기초가 약하니 수학이 점점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3학년이 되어 배우기 시작한 영어는 그 자체로 낯설었다.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아기공룡 둘리를 틀어주셨다.
좋아하는 만화라 잔뜩 기대하며 티브이를 보는데 영어로 말했다.
알아듣고 싶은데 알아듣지 못하고, 익숙한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말하는 낯선 둘리.
그때의 답답함과 무력감이 어린 나이에 꽤 충격이었다.
아이들만큼은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기 때부터 영어 cd를 틀어주고, 영어 책을 읽어주고, tv도 영어로 말하는 것만 보여주었다.
영어를 어렵거나 낯설게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였다.
선우는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읽을 책부터 고른다.
책 그만 보고 밥 먹어, 그만 읽고 얼른 나와 할 만큼 독서가 일상화되어 있다.
동화책, 학습 만화, 글이 많은 책 구분 없이 본다.
확신의 J형이라 할 만큼 계획을 세우고 그걸 잘 지켜나간다.
모범생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아들이다.
막내인 딸은 벌써부터 학구파 기질이 다분하다.
날마다 수학하자, 한글 하자 하며 책을 가져온다.
어젯밤,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고르는 딸을 보며 눈을 감았다.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피곤했기에 자고 싶었다.
신나서 책을 골라온 딸이 눈 감은 엄마를 보더니 흐느낀다.
“흑흑흑… 책 읽고 싶었는데… 책도 안 읽어주고… 흑흑흑….”
이 소리를 듣고 어떻게 안 읽어 줄 수가 있을까.
웃음을 참으며 힘겹게 눈을 떠 은서를 불렀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보는데 웃음이 나왔다.
흐느낄 만큼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평생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었다.
둘째 윤우는 자유분방하다.
집보다는 밖을 훨씬 좋아하고, 친구와 노는 게 좋아서 아침에 나가면 깜깜해져야 들어오는 아이다.
할 일을 미루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할 때도 있고, 집에 와서 먼저 해놓고 놀기로 약속해도 일부러 까먹기 일쑤다.
그래서 혼날 때도 많지만, 미리 해놓을 때도 많다.
놀기 위해서다.
습관만 조금 잡아주면 잘하는 아이기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윤우가 나중에 뒷심을 발휘할 거라 믿는다.
무엇보다 엉뚱하지만 예리한 질문을 많이 한다.
저마다 다르게, 제 속도대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이 물음에 답해주고, 모르는 문제를 같이 풀어보는 공부에는 한계가 있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만큼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저 지식을 알려주기보다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부모이고 싶다.
아이들과 평생 책으로 교감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
내가 되고 싶은 부모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