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엄마의 이야기_4월 8일 이야기>
초등학생이 된 선우의 학교생활은 즐거워 보인다.
등하굣길에 만나는 친구들과 인사하며 누구인지 알려주기도 하고 친구와 있었던 얘기도 한다.
마치는 시각, 교문 앞에 서 있으면 웃으며 뛰어나온다.
"선우~ 오늘은 학교 어땠어?"
"재밌었어! 오늘 숨은 그림 찾기 했는데 나랑 나라가 1등 했어! 근데... (소곤소곤) 사실은 내가 나라한테 좀 알려줬어."
"엄마! 오늘은 좋은 날이었어! 엉덩이 탐정 봤거든! 엉덩이 탐정에 거인이 나왔는데 …… "
"엄마! 선생님이 나 그림 잘 그린대~ 나보고 꼬마 선생님이라고 했어!"
끊임없이 얘기하는 선우를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즐겁게만 다녀라.'
아이들이 저금통에 모은 돈을 정리해 은행에 갔다.
선우가 문을 잡아주는데 턱이 높아서 유모차를 올리기가 힘들었다.
"어휴. 못 올리겠다. 선우야~ 그냥 다른 은행에 가자."
"왜~ 내가 잡아줄게!"
"아냐~ 턱이 너무 높고 유모차도 무거워서 못 올리겠어~"
턱에 걸린 유모차를 다시 내리고 돌아서는 틈에 선우가 은행 안쪽을 빼꼼 내다보고 온다.
은행 관계자가 나왔다.
"업무 보시게요? 여기 뒤쪽 문 열어드릴게요~"
선우를 보고 나온 모양이다.
보통 때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일 점심시간이었는데 한 명도 없었다.
선우가 은서를 봐주는 동안 나는 창구에 앉아 일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선우와 은서에게로 시선이 쏠리며 오빠가 동생을 참 잘 본다는 말을 한 마디씩 했다.
8살 아들에게 듬직함과 고마움을 느낀 날이었다.
지난주 일요일, 온 가족이 강변으로 나들이를 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유모차를 밀며 걸었다.
날씨도 화창해 사람도 많았다.
마스크만 아니면 코로나가 끝난 것 같았다.
유모차에서 잠이 든 은서가 일어났다.
일어난 동생을 보고 윤우가 다가가 아기 말투로 대화를 시도한다.
그런 오빠가 웃긴 걸까.
아니면 대화가 통하는 걸까.
마스크 좀 벗어보라고 손을 뻗는다.
"엄마~ 은서가 나 마스크 벗기려고 해~"
셋째가 딸이라 했을 때, 둘째인 윤우 보고 터를 잘 팔았다는 얘길 많이 했다.
손가락 빠는 것을 보고도 동생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한다.
엄지손가락이면 아들, 검지 손가락이면 딸이란 얘기를 친구가 했었다.
선우는 엄지손가락을 빨았었는데 윤우는 검지 손가락이었다. 그리고 인형을 좋아한다.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셋째가 딸인 데는 윤우 공도 있는 것 같다.
갑갑해하길래 풀어서 내려줬더니 잘 걷는다.
신 신고 처음 밖에서 걸어본 날이다.
은서 손을 얼른 잡아 주는 큰 오빠.
6살이란 나이 차이가 클수록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선우, 윤우는 연년생이라 둘 다 고만고만하게 컸었다.
5~6살 차이 나는 동생을 이제는 커버린 두 아이가 놀아주고 웃겨주고 예뻐해 준다.
"엄마! 은서보다 귀여운 사람은 없어!"
제 동생이 제일 귀여운 줄 아는 동생 바라기다.
오늘 아침,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윤우가 요상한 노래를 부르며 혼자 깔깔깔 웃었다.
"선우야.. 네 동생 왜 저리니..."
"히히히.. 내 동생 너무 좋다!"
두 발 자전거를 잘 못 타던 윤우가 이날 마스터해버렸다.
몇 번 비틀비틀하다가 비로소 감을 잡고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엄마아~! 나 이제 잘 타지!"
엄지 척에 박수까지 치며 격려했더니 얼굴 가득 자신감이 넘친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우리 일상도 푸르렀다.
윤우는 자전거 타는 재미에 신나 했고 선우는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은서는 잔디밭에서 걷는 재미를 알았던 날이다.
아이의 정서가 안정적인가란 물음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일상에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아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아이들의 정서를 단단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유치원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낸 후 우리는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 잠깐이 아이 마음 밭을 키우는 시간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