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
공자께서 계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뜰에서 천자인 양 여덟 줄로 춤추게 하다니, 이것을 참고 봐줄 수 있다면 그 무엇인들 참고 봐주지 못하겠는가?"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국어사전 찾는 법을 배웠다.
준비물로 국어사전이 필요했기에 엄마와 학교 앞 문구점에 가서 두꺼운 사전 하나를 샀다.
얇고 부드러운 종이의 느낌이 좋았다.
학교에서도 배웠지만 집에서도 엄마에게 물어가며 사전 찾는 방법을 알아갔다.
단어를 몰라서 사전을 찾았는데 그 단어 안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고, 또 나오고… 그러다 보면 처음에 내가 찾던 단어가 뭐더라? 그래서 무슨 말이란 거지?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점이 재밌어 심심하면 사전을 넘겨보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전자사전에 이어 핸드폰으로도 금방 단어를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국어사전은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었다.
간간이 꺼내보기는 해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네이버 국어사전을 훨씬 더 많이 이용한다.
제3편 팔일(八佾)로 넘어오면서 이게 무슨 말인가, 주석을 여러 번 읽어 보았다.
주석에 의하면 계씨는 노나라의 세도가인 대부(大夫) 계손씨를 말한다.
여기서 세도가와 대부의 뜻을 다시 찾아보았다.
[세도가 : 정치상의 권세를 휘두르는 사람. 또는 그런 집안]
[대부(大夫) : 중국에서 벼슬아치를 세 등급으로 나눈 품계의 하나]
원문에서는 여덟 줄이 팔일(八佾)이다.
이는 가로 세로에 각각 여덟 줄로 서서 64명이 추는 춤을 말하며 천자가 사용하는 의식이다.
제후는 육일(六佾)로 36명, 대부는 사일(四佾)로 16명, 사(士)는 이일(二佾)로 4명이 하게 되어 있다.
천자인 양 여덟 줄로 춤추게 한다는 것은 공자가 대부의 집인 계손씨의 집에서 천자의 예법을 사용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이 없었다면 짧은 문장만 보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미는 알지만 정확히 알고자 천자 단어도 찾아봤다.
[천자 :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군주 국가의 최고 통치자를 이르는 말]
글을 쓰면 종이 사전이든 인터넷 사전이든 사전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알고 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면 의미를 조금 다르게 알고 있었다거나 적절한 쓰임이 아닐 때가 있다.
'안 찾아봤으면 큰일 날 뻔했네!' 가슴을 쓸어내린다.
단어 뜻을 찾고, 알고, 적합한 위치에 넣고, 다듬는 것도 글쓰기의 재미 중 하나다.
오늘처럼 알쏭달쏭 한 문장도 처음엔 막막하지만 단어 뜻을 찾고, 주석의 도움을 받아 풀이해 가는 것이 재밌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단어처럼 인생은 명확히 제시된 사전은 없지만 각자만의 언어로 풀이된 인생 사전 하나씩을 가지고 산다.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풍부할수록 나의 인생도 내가 가지고 있는 단어만큼 풍성해질 것이다.
끝과 시작의 경계에 선 오늘, 나는 어떤 단어를 품고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