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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누군가의 가족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24.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가 모셔야 할 귀신이 아닌데도 그를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보고도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24.



6시 40분에 맞춰둔 알람이 10분 간격으로 울었다.

급히 끄고 자고, 끄고 자고 하다가 남편이 먼저 듣고는 깨운다.

무슨 알람이냐고 묻기에 "밥… 밥 해야 돼…." 하며 겨우 잠을 깨었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2학년인 둘째가 4교시를 하는 날이다.

12월부터 축구 교실 가는 날이 되었다.

축구 가기 전에 친구들과 놀려면 최대한 빨리할 일을 끝내놔야 많이 놀 수 있다.

그래서 월, 수는 일찍 일어나서 할 일 해놓고 가는 날이 되었다.

밥을 안치고 아직 자고 있는 아이들 방으로 갔다.

잘 자기에 30분이라도 더 자게 둘까, 깨울까 고민하다가 불을 켰다.

"윤우야~ 7시야~ 오늘 일찍 하고 간다며?"

"아 맞다! 고마워 엄마!"

같이 일어난 선우는 영어 듣기를 하고, 윤우는 필사, 영어 듣기, 독서와 독서록까지 다 쓰고 학교에 갔다.


아침에 설거지를 끝내고 빨래를 개켰다.

옷을 다 넣고 돌아오자 은서가 엄마랑 색칠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바닥에 앉아 색칠하고 있으니 졸렸다.

옆으로 누워서 색칠하다가 눈을 감았다.

"엄마아아아~ 왜 나랑 있을 때만 자~~~"

은서 말이 웃겨서 잠이 깼다.


"오늘 우리 뭐 할까?"

휴일인 남편이 묻기에 할 게 엄청 많다고 했다.

남편이 바쁜 동안 못 했던 것을 오늘 왕창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옷걸이 못 치기, 시계 못 치기, 커튼 봉과 커튼 사러 가기, 베란다 블라인드 안 단 곳 달기, 컴퓨터 프린터기 봐주기, ppt 깔아주기….

1차 미션 완료했다며 손쉽게 착착착 해가는 모습에 우와 했다.


바닥을 돌아다니던 로봇청소기는 복귀하고, 못은 산 뒤에 더 치기로 했다.

커튼에서는 의견 일치가 안 되어 조율 중이다.

쌀 과자를 먹은 후 은서가 내게 오더니 머리를 묶어주겠다 한다.

등 뒤에서 머리를 빗어주고 묶느라 분주하다.

간질간질한 느낌이 좋아 삐삐머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삐삐 머리가 뭐냐고 묻던 딸에게 양갈래 머리라고 알려주었더니 알겠다며 밴드 두 개를 고른다.

"이거 두 개 하면 딸록딸록 예쁠 거 같아!"

잠시 뒤 생각대로 안되는지 혼잣말처럼 말한다.

"나 머리 배우는 거 잘 못 배웠어. 잘할 수가 없네."

큭큭큭 웃으니 은서도 웃으며 다시 머리를 만진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다."

"왜?"

"삐삐 어른 해서~"

딸 덕분에 많이 웃는다.


우리 집은 엄마, 남편, 학생, 귀요미(?)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다섯 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일상이 주는 평화로움을 이전처럼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겠다.

가족, 누군가의 가족….

이 두 단어가 웃는 와중에도 묵직하게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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