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예(禮)를 지킨들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음악을 한들 무엇하겠는가?"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3.
몸이 좋지 않았다.
허리도 아프고 잠도 쏟아졌다.
무겁고 가라앉았다.
기분도 함께 가라앉았다.
어딜 가자, 무얼 하자 해도 싫었다.
움직이는 게 싫었다.
쌓아둔 종이를 정리하고 책만 읽었다.
자세 때문인지 마음이 더 움츠러드는 것만 같았다.
남편이 부대찌개를 끓였다.
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까지 모두 이른 저녁을 먹었다.
맛있게 먹은 힘으로 설거지했다.
양치질을 하고 뜨거운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아이들도 곁에 모여들었다.
오빠에게 짜증으로 잠투정하던 은서는 오빠와 아빠가 다른 방에 가 버리자 울다 잠이 들었다.
부대찌개에 수면제라도 있었던 듯 우리는 다 같이 늦은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한결 개운해졌다.
조용한 가운데 막혀 있던 오늘 문장을 다시 읽었다.
인(仁)은 사람들 간의 바람직한 인간관계와 그러한 관계를 이루어 내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진정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예나 음악 같은 형식은 소용이 없다고 한다.
사람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반복해서 읽다 보니 어떤 두려움이 보였다.
여기에 내 고민의 시작과 답이 들어 있을 것 같았다.
두려움은 조금만 방심하면 시시때때로 제 몸집을 키워나간다.
오늘도 호르몬 변화가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 틈을 노렸다.
지금은 어려울지라도 나중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일을 두려워하는 내게 힘을 주고 싶었다.
아이의 순진함과 명랑함에 기대어 한 번 더 웃는다.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읽고 쓴다.
그런 뒤엔 내 속도대로 한 발짝 내디디면 된다.
영화를 보며 수첩에 메모해 둔 대사가 있다.
주인공을 사랑하는 이가 환영으로 나타나 주인공을 다시 일으켜준 말이었다.
"넌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
나의 무기는 진심에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일이든 진심이 담겨야만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움츠려 있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만의 빛을 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