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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함의 기준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4.

by 안현진

임방이 예의 근본을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대단한 질문이로다! 예는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 낫고, 상례는 형식을 잘 갖추기보다는 오히려 슬퍼하는 것이 낫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4.



즉문즉설을 봤다.

질문자는 정토행자로서 검소해야 하는데 막상 생활하는 모습은 그렇지 않아서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가령 맛집을 찾아다닌다거나 차를 바꾸게 되었는데 소형차를 생각했던 처음과 다르게 주변 말에 외제차를 구입하게 되고 봉사는 하기 싫다는 것이다.

법당에서 배우는 것과 실생활이 차이가 나서 내가 자격이 있는가 하는 고민이었다.

이에 법륜 스님은 선은 권하는 것이고 악은 금지 사항이라고 답했다.

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기에 선을 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받는 게 아니다.

칭찬은 못 받더라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검소하고 겸손하다는 것도 정해진 기준이 없다.

겸손한 게 따로 있고 당당한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경제력이 되는데 조금 낮춰서 살면 검소한 거고, 경제력이 안되는데 높여 살면 사치인 것이다.

절대 기준은 없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왔을 때, 의전차량 대신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뜻에 따라 소울 승용차를 탔다고 한다.

만약 롤스로이스를 탔다고 해도 칭찬도 비난도 안 했을 것이다.

소형차를 탄다고 하니 칭찬을 하는 거다.

질문자의 행동은 칭찬받을 것도 없지만 비난받을 행동도 아니라고 했다.

비난받을 만한 건 아니지만 존경받을 만한 것도 아니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할 일이지 죄의식 가질 필요는 없다.


스님 말씀이 참으로 맞다.

검소한 기준이 뭘까 생각했는데 저마다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주 생각한다.

나는 사치스러워. 검소하지 못해.

남이 보기엔 '그게 뭐가 사치야.' 할 수 있지만 내 기준에선 사치가 맞았다.

그러니 남이 하는 말과 기준에 위안 삼고 안도할 게 아니라 반성하고 사치하지 않는 게 맞다.

쿠팡 와우 멤버십 해지하기를 누름으로써 결심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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