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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잡음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7.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다투는 일이 없으나, 꼭 하나 있다면 그것은 활쏘기로다! 그러나 절하고 사양하며 활 쏘는 자리에 오르고, 내려와서는 벌주를 마시니 그 다투는 모습도 군자답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7.



새벽에, 아침에 그 글은 왜 봐가지고서.

잔잔했던 마음에 물결이 일렁인다.

고작 이 정도 일에 동요하다니.

네가 아직 덜 바쁘구나. 지금 엄한데 에너지 쏟을 시간이 어딨어.

스스로를 다소 매섭게 다독이며 얼른 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쉽게 흔들린 마음은 쉽게 제자리를 찾았다.

짧은 시간, 시험 하나를 통과한 기분이었다.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좋아한다.

3번 중 1번 곡을 제일 좋아한다.

그 곡을 듣고 있으면 내 마음도 피아노 건반 따라 느리게 쿵, 쿵, 둥, 둥 하는 것 같다.

좋아하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갈 때마다 나왔던 배경음악이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짐노페디를 배경으로 나긋나긋한 주인공의 독백을 듣고 있으면 나도 함께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웠다.

비도 왔다 갔다 하는 듯 바닥이 축축해 보였다.

몇 시간째 짐노페디를 반복해서 들었다.

느리게 흐르는 곡 안에서 생각도 느리게 오간다.

마음속 잡음이 가라앉고 다시 고요해지자 신기하게도 해가 쫘악 비쳐 들어왔다.


어지러움과 고요는 모두 내 안에서 생겼다가 사라진다.

어지러움의 대상이 더 커지기 전에 축소시키고 가라앉힌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큰 수확이다.

만약 다툴 일이 생기더라도 군자에게 활쏘기처럼 건실한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바라는 대로 휘둘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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