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6.
계손씨가 태산에 제사를 지내려 하자, 공자께서 염유에게 말씀하셨다. “자네가 막을 수 없겠는가?”
염유가 대답하였다. “제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아, 어찌 태산이 임방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6.
한숨이 나왔다.
모르겠다.
무엇을 써야 할지.
일찍이 필사해 놓고도 한참을 못 쓰고, 날짜가 바뀌기 전까지 막막하게 바라볼 때가 자주 있다.
오늘도 그렇다.
이런 날엔 '그냥 건너뛸까? 내일 좀 더 생각해 볼까?'도 하지만 다시 노트북 앞에 앉고 만다.
내일이라고 뭐 다를까.
오늘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찝찝함은 어떤 일을 해도 남아 있을 텐데 그럴 거면 부족해도 하고 말지.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도 했었는데, 하는 마음이 나를 붙잡는다.
예를 들면 몸이 엄청 안 좋았던 날,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던 날, 명절 일 도우느라 바빴던 날, 가족 여행 갔던 날… 예외를 만들면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날들에도 했는데 고작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단 이유로 안 쓴단 말이야? 한다.
1년 중 못 쓴 날도 있지만 그런 날은 손에 꼽을 만큼으로 남겨둔다.
"요즘에도 글 쓰고 있어요?"
연말에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물었다.
"네. 긴 글은 아니어도 매일 필사하고 제 생각을 짧은 글로 쓰고 있어요."
이렇게 쓰는 글은 나를 매일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쓰는 사람임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언젠가는 쓰기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에도 힘을 주는 행동이다.
나는 세 아이 엄마이자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제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오늘 글은 공자의 물음에 염유가 답한 이 한마디를 붙잡고 늘어진 끝에 쓴 글이다.
공자님 말씀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 더 어렵다.
제사와 예에 대해 종일 생각했다가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오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