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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간의 질서와 배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3.

by 안현진

왕손가가 물었다. “안방에다가 잘 보이기보다는 차라리 부엌에게 잘 보인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소.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는 것이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3.



청소를 끝낸 오전이었다.

아이들과 끝과 끝인 방에 있는데도 싸우는 소리가 쨍쨍하게 들린다.

유난히 목소리가 큰 둘째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이에 질세라 막내도 꽥꽥 소리친다.

첫째도 하지 말라며 짜증 섞여 말한다.

한숨이 나왔다.

때마침 윤우가 은서가 자기 등을 때렸다며 오기에 셋 다 모이라고 했다.

억울해하는 윤우 이야기부터 들었다.

셋이서 선우의 레고를 가져노는데 윤우는 은서가 자꾸 자기가 만들 레고 부품을 가져가서 안 준다고 했다.

은서는 같이 놀고 싶은데 오빠들이 자기는 못 하게 하고 가라고 했다 한다.

그리고 선우는 은서가 쓰러트린 레고가 눈에 맞아서 소리친 거라고 말했다.


셋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공통적으로 자기가 잘못한 건 얘길 안 하거나 축소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걸 짚어내면 아무 말도 못 한다.

은서에게는 오빠와 같이 놀고 싶으면 항상 만져도 되는지 먼저 물어보라고 했다.

오빠가 써야 한다고 안 된다고 하면 오빠 물건이기에 안 되는 거라고, 된다고 한 물건으로 가져 노는 거라 했다.

윤우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지 말고 세 번 생각하고 말하라고, 과장되게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했다.

선우에게는 네가 제일 큰 아이니까 누구 편에 서서 말하지 말고 중재를 하라고 했다.

돌아간 뒤에는 큰소리 나지 않고 조용조용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형제가 세 명이기에 다양한 갈등 상황이 일어난다.

형제가 다투는 일은 부모로서 보기 힘들다.

덩달아 화도 나고 속상하다.

이러한 일이 앞으로도 무수히 반복될 것이고, 나는 그때마다 반복해서 가르쳐야 한다.

공자님이 말한 하늘이란 질서와 도덕을 가리킨다.

은서가 말하고 싶어서 들썩이다가도 주의를 받고 오빠 말이 끝나기까지 기다린다.

제 차례가 오면 또랑또랑 할 말을 하는 막내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삐져나온다.

하지만 공평함을 유지해야 한다.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

서로의 역할과 존재를 존중해야 함을 오늘도 아이들에게 조금씩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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