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교 대신, 나만의 성장으로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6.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활쏘기를 할 때 과녁의 가죽을 꿰뚫는 데 주력하지 않는 것은 힘씀이 다 다르기 때문이니, 이것이 옛날의 도리이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6.



군산 근대 역사박물관에 갔을 때 옛날 활을 봤다.

선조들은 글공부를 하다가도 휴식도 활쏘기로 했다고 한다.

대학, 논어, 중용 등 옛 책 옆에 활이 놓여 있는 걸 보면서 무슨 일이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구나 생각했었다.

단순히 휴식과 체력 단련만으로 활을 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며 시위를 당겼을까.


오늘 문장에서 공자님은 활쏘기에서 중요한 것은 힘자랑이 아니라 집중과 절차를 통한 수양이라고 말한다.

과녁을 뚫는 결과에 힘을 기울이지 말고 저마다의 속도와 과정과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라는 의미다.

공자님 말씀을 공부하던 선조들도 그랬을 것 같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이 자체로도 수양이다.


나는 사회 초년생 티도 채 벗지 못하고 경력 단절이 되었다.

함께 공부하고 일했던 동기들은 사회에서 차곡차곡 연차와 직장 경험을 쌓아나갈 때,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행복했지만 때때로 친구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편한 옷만 입고 자기를 꾸밀 줄 모르는 나와 다르게 가끔 만나는 친구들은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만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 같아 울적했던 날도 많았다.


흔들리고 가라앉는 마음을 잡아주었던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

아이를 키우는 이 시기를 엄마인 나도 함께 커가는 시기로 생각하자 타인이 아닌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넌 뭘 좋아하니? 어떨 때 기분이 좋아? 뭘 하고 싶어? 어떤 삶을 살고 싶어? 끊임없이 묻고 답해갔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던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내면서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 시간은 셋째가 태어나면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언제 사회로 나갈까, 그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해 오던 시간이 이제야 조금씩 또 다른 과정으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남과의 비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재빨리 나로 돌아오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내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했는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쑤욱 커버린 세 아이 뒤에는 함께 자라온 지난날의 내 시간이 녹아있다.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시간에 있었다.

모두 아이들 덕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이끌어주는 작은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