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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추고 듣는 시간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4.

by 안현진

어떤 사람이 염옹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는 인하기는 하지만 말재주가 없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재주를 어디에 쓰겠는가? 말재주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면 사람들에게 점점 더 미움을 받게 된다.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재주를 어디에 쓰겠는가?"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4.



말을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많은 사람 앞에서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여전히 부럽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이란 걸 느낀다.

<유퀴즈>의 두 MC 유재석, 조세호 씨를 봐도 그렇다.

그 회의 주인공이 나와서 얘기하는 내용에도 배울 점이 있지만 두 MC가 듣고, 공감하고, 눈 맞추며 듣는 태도에서도 많이 배운다.

적절히 섞여든 유머는 분위기를 더 편하고 좋게 만든다.

어릴 땐 화려한 말솜씨가 부러웠는데 나이가 들수록 진심이 느껴지는 말 한마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더 크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전화 온 친구가 고민이 있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서로가 편한 시간, 대화에 방해받지 않을 시간대를 고려하며 통화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럴 땐 상대방에겐 중요한 문제구나 싶어 더 귀 기울여 듣고 신중하게 답을 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수시로 엄마를 부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고마우면서도 하던 일이 중단되니 건성으로 답할 때가 많다.

최대한 눈 맞추며 말을 들으려고 하는데, 귀 기울여 들으라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말하는데도 잘 안 된다.

한 번씩 긴 통화를 하는 옛 친구 얘기는 집중해서 들으려고 하면서 늘 함께하며 많은 말을 주고받는 가족과의 대화에는 신경을 덜 쓴 것 같다.


조금만 말투나 목소리가 달라져도 막내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한테는 오빠처럼 예쁘게 말 안 해주구!"

본인이 잘못해서 엄마가 화가 나 있는 건 모르나 보다.

왜 자기한테는 예쁘게, 착하게 말 안 해주냐고 도리어 화를 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화는 스르륵 가라앉는다.

피식 웃으며 이리 와 보라고 부른다.

입이 잔뜩 나와서는 기다렸다는 듯 조르르 온다.

아이를 안고서 '예쁘게, 착하게' 말하며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다시 얘기해 준다.

그러면 기분이 풀려서 웃으며 돌아간다.

잘 들어주지 못했던 순간들보다 이렇게 다시 안아주고 이야기 나누는 순간들이 늘어가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더 좋은 대화를 배우며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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