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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5.

by 안현진

공자께서 칠조개에게 벼슬살이를 시키려 하시자, 그가 말하였다. "저는 아직 그 일에 자신이 없습니다." 이에 공자께서 기뻐하셨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5.



머릿결이 많이 상했다.

끝이 두 갈래, 세 갈래 갈라지고 뚝뚝 끊어진다.

푸석하고 윤기가 없다.

싹둑 다 잘라내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나도 남편도 아이들도 긴 머리를 더 좋아한다.

지금 길이까지 길러오기 위해 얼마나 긴 인내의 시간을 거쳤는가.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못해 펌 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머리도 더디게 길고, 상해버렸다.

건강한 머릿결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그걸 믿고서 짧은 기간 손을 덴 벌이다.

단발로 자르더라도 내 머리는 커트만 하면 다 뒤집히기 때문에 펌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럼 또 어느 정도는 손상이 될 테고, 금세 긴 머리를 그리워하는 나를 보며 괴로운 나날을 보낼 테다.

지금껏 반복되어 왔던 내 모습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머리를 제발 좀 그냥 내버려 두자고 나를 꾸짖는다.


얼굴형을 고려해 이런저런 머리 스타일을 해 보며 내게 잘 어울리는 머리만큼은 알게 되었다.

나는 짧은 머리보다는 긴 머리가 잘 어울린다.

짧은 단발보다는 중단발이 어울린다.

파마보다는 생머리가 낫다.

생머리보다는 C컬 펌이나 약간의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가 더 어울린다.

15년에 걸쳐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머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나와 가까운 두 남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현진아, 네가 가진 장점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

"누나는 자기가 가진 무기가 뭔지 잘 모르는 거 같아."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는 것이 내게는 왜 잘 안 보일까.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어울리는 옷 스타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나의 장·단점 등 나를 오롯이 파악하는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번에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내 모습을 알게 되고, 결혼 전과 다른 직업 노선으로 가게 된 것도 계속 내게 던진 질문 덕분이었다.

이건 내게 잘 어울려, 이건 안 맞아 하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서야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 때도 있다.

머리를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나도 함부로 단정 짓지 않고 지켜보려고 한다.

아직도 나는 나를 알아가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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