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7.
맹무백이 물었다. "자로는 인(仁) 합니까?" 공자께서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 다시 묻자, 공자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유는 제후국에서 그 군사의 일을 담당하게 할 만은 하지만,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구는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구는 천 호 정도 되는 큰 고을과 경대부의 집안에서 총괄하는 직책을 맡길 만은 하지만,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적은 의관을 갖추고 조정에 서서 손님들을 접대할 만은 하지만, 그가 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7.
지인의 지인을 만났다.
헤어지고 돌아선 후 남편과 나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음…."
처음 만난 것으로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기에 서로 말을 아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느낀 것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자고 했다.
말은 돌고 돌아 당사자에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우리가 만났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
"이건 비밀인데……."로 시작된 말을 할 때부터 우리는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비밀의 당사자가 부탁했던 비밀은 다른 사람에게로, 그 다른 사람에게서 당사자의 또 다른 비밀을 듣게 되었다.
연이어 며칠 전 우리가 어떤 말도 하지 말자고 약속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우리가 받은 첫인상과 정반대였지만 그렇구나 로만 답하고 들을 뿐이었다.
좋은 말은 하면 할수록 좋은 일을 불러온다.
안 좋은 말은 하면 할수록 말한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해를 입는다.
오래전 나를 걱정하는 말을 하면서 은근히 행동에 대한 지적을 하고, 평판을 넌지시 전한 것에 상처를 받았었다.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은근하지만 상대가 알아챌 정도로 전했다는 게 더 기분 나빴다.
말을 한 사람이나 말을 전한 사람이나 똑같았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에 있어서는 조심한다.
그 조심성이 허물어질 때가 내가 괴로운 일을 겪을 때다.
돌아서면 후회할 말을, 감정이 최고조로 치달아 있을 때 쏟아내는 말은 다시 담을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당장 힘들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낸 상대방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겉으로는 인간관계가 좋아 보이고 맡은 일은 잘 해낼지 모르나 그 사람이 인(仁) 한지는 잘 모르겠다 느낄 때가 있다.
사람은 한순간의 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는 길은 오래 지켜보는 것뿐이다.
공자께서도 그 일을 맡길만하다고 역량은 평가하지만 덕성까지는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나도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인한 삶을 살고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은 내려놓고 내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