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8.
공자께서 자공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회 중에 누가 더 나으냐?"
자공이 대답하였다. "제가 어찌 감히 회와 견주기를 바라겠습니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보다 못하리라. 나는 네가 모두 그보다 못하리라."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8.
밤늦게 시작한 통화가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끊어야 하는데, 친구 보내 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밀린 이야기가 자꾸만 쏟아져 나왔다.
수화기 너머로 이야기하는데도 바로 옆에서 수다 떠는 것 같았다.
속에 눌러 담고 있던 얘기가 입 밖으로 나오니 큰일 같던 것도 작게 느껴지고, 어떻게든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미루어두었지만 늘 품고 지냈던 일도 꼭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일을.
새벽까지 통화한 친구의 남편은 우리와 같은 나이다.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해서 TV 앞에서 살았다는 얘기에 반가웠다.
나 역시 만화를 무척 좋아해서 웬만한건 다 알고 있는 90년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친구에게 잘 잤냐는 인사와 함께 남편에게 <천하무적 슈라토>를 아냐고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노래까지 흥얼거린다고, 자기는 처음 듣는 단어라며 놀라워했다.
이 만화를 안다면 만화라는 공통점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추억의 만화 얘기는 남동생과 밖에 할 수 없었다.
친한 친구 남편과는 동갑이지만 존댓말을 쓰고, 아직 어색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대화의 공통분모가 생긴 것 같아서 기뻤다.
나보다 훨씬 만화를 많이 본 만화 고수 같다.
다음에 만나기 전에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복습도 하고 가야겠다 생각하는 내가 웃겼다.
나도 친구도 둘 다 야간 근무 중인 남편 대신 오랜만에 긴 밤 수다를 떨었다.
그 속에서 발견한 두 가지가 우울했던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하나는 현재에, 하나는 과거에 속해 있는 것이지만 여전히 그 두 가지는 내게 소중한 것이었구나 친구 덕분에 깨달았다.
세상에는 내가 이미 안다고 여겼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