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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나의 비상(飛上)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2.

by 안현진

자공이 말하였다. “선생님의 여러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지만, 선생님께서 성과 천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들을 수 없었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2.



나갈 땐 함께였는데 돌아올 땐 혼자다.

조용한 집이 적응이 안 된다.

은서는 유치원 가서 너무 좋다고, 재밌었다고 말한다.

3월 첫째 주는 적응 기간이라고 적혀 있던데 아이가 아니라 엄마 적응 기간인가 보다.


집도 마음도 쓸쓸하다고 남편에게 카톡을 남겼다.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빨래와 청소기를 돌린 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아이들과 있을 땐 어떻게든 내 시간을 확보하려고 아등바등했었다.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니 이상하다.

배가 간질간질하고, 오싹오싹 춥다.

중·고등학교 입학한 것도 아니고, 대학생이 되어 독립한 것도 아닌데… 이 허전하고 초조한 마음은 뭘까.

아이들이 준 시간이라 생각하니 더 잘 써야겠다는 압박감이 드는 걸까.

조금이라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조바심이 드는 걸까.


남편에게 금방 답장이 왔다.

활력을 찾고 나아가자고, 은서 가니깐 자기도 마음 한켠이 그렇더라고, 비행기 이륙하면 날게 해줘야지라고 왔다.

[나도 이제 날아갈게요]라고 답했더니 [현진이도 비상해라] 하고 또 답이 왔다.

비상(飛上).

맞다.

우리 모두 각자가 가진 날개로 높이 날아오르자.

흡사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한 자녀를 둔 부모 같지만 모든 아이들이 둥지를 벗어나 훨훨 날아간다는 건 동일하다.


나도 이제 날아가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어떻게 날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공자님이 성과 천도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주석에 의하면 '성(性)은 타고난 본성·성품을 말하고 천도(天道)는 자연의 이치를 가리킨다. 이런 것은 현실 속에서 쉽게 검증될 수 없고 추상적인 논의에 빠지기 쉬운 것이므로, 공자는 섣불리 제자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들쭉날쭉한 마음을 가라앉힐 길은 그 시간을 성실히 보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을 착실히 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비상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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