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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지키는 법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3.

by 안현진

자로는 들은 것이 있는데 아직 그것을 실행하지 못했을 때는, 다른 가르침을 듣기를 두려워하였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3.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열심히와 잘하는 것이 연결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력 부족, 이해 부족, 요령 부족.

뭔가 부족한 것이 있으니 잘하지 못한 거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어도 배움에는 성실하게 임했다.

수업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딴짓하지 않기, 피해 주지 않기, 부족하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라도 따라가기.

이해가 빠른 편이 아니어서 남들보다 더 해야지만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뭘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도 곧잘 들었다.

어떻게 보면 어설픈 완벽주의자다.

절대 완벽주의자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준비한 대로만 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많은 준비(연습)는 자신감을 높여주고, 끝났을 때 성취감도 컸다.


좋아하는 일에 진심이 더해지면 노력으로 이어지고, 노력은 어떠한 결과물로 나타난다.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 내 온 정신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육아관이 정립되기에 앞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부터 짚고 넘어가야 했다.

좋은 문구들도 적지 않으면 자꾸 잊어버렸다.

포스트잇에 엄마로서 잊으면 안 되는 것, 해야 할 행동들을 적어서 부엌 찬장, 냉장고에 빽빽이 붙여두었다.

수시로 보고 읽고 생각했던 게 감정을 다스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데 나도 함께 커가는 기분이었다.


글을 쓰고, 배울 때도 열심히였다.

배운 것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써 보고, 쓰면서 적용해 보고, 내 식으로 변형도 해 보면서 점점 내 것 화 시켜 나갔다.

필사를 손으로 옮겨 쓰기 전까지 키보드로 수없이 지우고 고친다.

그렇게 쓴 글을 따라 쓰면 기분이 좋다.

내 글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 좋고, 오늘도 썼구나 하는 나에 대한 신뢰가 쌓여서 좋다.


공부방을 열기 위해 수업을 들을 때도 수업 시간보다 혼자 복습하는 시간이 몇 배 더 오래 걸렸다.

첫 수업, 첫 상담처럼 처음이 붙는 일은 내 온 시간과 마음을 다 내어준다.

다른 일은 할 수가 없다.

융통성과 유연함이 없는 게 흠이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니 받아들인다.

진심을 다 했을 때 결과도 좋았기에 그 시간을 아깝다 여기지 않는다.


육아, 글쓰기, 수업처럼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붙잡고 있는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내 것이 되는 순간이 온다.

배움에 대해 보이는 진실된 태도가 내가 초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초심이 흔들릴 때마다 처음 그 일을 배울 때와 할 때의 나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빚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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