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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배운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4.

by 안현진

자공이 여쭈었다. “공문자는 무엇 때문에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게 되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영민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므로, 문이라고 한 것이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4.



울리는 알람을 끄고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못 일어날 수 있는 나를 억지로라도 일으키기 위해 촘촘하게 알람을 맞춰 놓았었다.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은 개운하겠지만 마음에선 '안돼에에~!'를 외치고 있을 것이기에 일어났다.

아이들도 한 주 고단했던지 고요히 잔다.

침대에 선우와 은서가 자고 있다.

살짝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어?

안방에서 나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거실 책상이 말끔히 치워져 있다.

자기 전에 정리해놓고 자라고 했더니 선우가 알겠다고, 치우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책상 위와 바닥에 아무것도 없을 만큼 치워놓은 줄은 몰랐다.

일어나면 칭찬해 줘야지, 하고 오늘 필사 문장을 펼쳤다.

선우 생각이 났다.


어젯밤에도 동생과 있었던 일로 혼이 났었고, 장난이나 언행으로 종종 혼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그럼에도 첫째는 배울 점이 많고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아이다.

너는 첫째니까, 네가 제일 크니까 와 같은 말로 아이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특히 조심했다.

그런데 첫째라는 자리여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듬직했다.

설거지, 밥 하기, 라면 끓이기, 빨래 개기, 세탁기 돌리기, 운동화 빨기 등 내가 하는 게 더 낫다는 이유로 먼저 알려줘야 했던 집안일도 시기가 되니 자기가 스스로 해보려고 했다.

세 아이 중 성향이 나와 가장 닮았기에 제일 마음이 잘 읽힌다.

저 마음, 무엇인지 나도 알기에 조심스럽고 답답할 때도 있다.

어린 나를 보는 것 같아 짠하기도 하고 결국엔 잘 클 거라는 믿음도 강하다.


다른 두 아이도 마찬가지다.

세 아이 모두 나와 남편의 진화형이다.

우리보다 훨씬 마음도 넓고 훨훨 날아갈 아이들이다.

"자식을 낳으면 어른이 된다"라는 옛말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무게감, 내 것을 내려놓고 아이 중심으로 바뀌는 우선순위, 끊임없이 나를 되돌아보고 배우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배움에는 나이가 상관없다.

얼마 전, 남편이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남학생에게 자전거를 팔았다.

통학용 자전거를 사기 위해 먼 곳까지 친구를 데리고 왔었다.

채팅 내용과 만나서 얘기하며 느낀 점을 말해주었는데 아이가 참 예의 발랐다고, 우리 선우 윤우도 저렇게 자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오지는 않았지만 부족한 돈을 바로 부쳐주거나 아이 말속에서 아빠와 아들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한 살 더 나이 든 만큼 우리도 아이들을 마냥 아이가 아니라 더 존중하자고 말했었다.


"엄마, 형들 목소리가 너무 멋져."

변성기가 온 형들이 있는지 축구하고 온 선우가 말한다.

남편 목소리처럼 굵어지고, 키가 클 아들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설렌다.

그런 아들이 둘이나 있다니, 나는 참 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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