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은 칠판의 약속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5.

by 안현진

공자께서 자산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군자의 도(道) 네 가지를 갖추고 있었다. 처신에는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김에는 공경스러우며, 백성을 먹여 살림에는 은혜롭고, 백성을 부릴 때는 의리에 맞게 하였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5.



남편이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

칠판을 하나 사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우리 가족 가훈이나 지켜야 할 점을 적어 놓는 것이다.

지난주, 다이소에서 작은 화이트보드를 샀다.

아빠, 엄마, 선우, 윤우 순으로 하나씩 적었다.


아빠 : 서로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엄마 : 고운 말 쓰고 칭찬해 주기

선우 : 함부로 때리지 않기

윤우 : 서로서로 공감해 주기


한 줄의 문장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드러났다.

특히 선우는 구구단 외우기 이후 누군가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써서 그 누군가를 뜨끔하게 했다.

장난이든 진심이든(?) 함부로 때리지 않기!

네 가지 말 모두 표현만 다르지 다 같은 의미다.

남편은 아이들이 다툴 때마다 이걸 읽게 했다.

은서도 오빠가 읽으면 따라 말하게 했다.


각자가 정한 규칙이라 그런지 읽은 후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스스로 약속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것.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으며 배워가는 것.

남편이 원했던 점이 이것 아니었을까.

공자님이 군자의 도(道) 네 가지를 얘기했듯이 우리 집에도 우리 집만의 도(道) 네 가지가 있다.

형체만 바뀔 뿐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사랑, 배려, 존중, 이해’로 이어진다.

네 가지 바탕 위에서 아이들이 커 가고, 우리도 배워가는 하루하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