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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시간 속 우리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4.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축타 같은 말재주 없이 송조 같은 미모만 가지고 있다면, 요즘 세상에서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4.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노트북을 지급받는다.

얼마 전 새 노트북을 받아온 둘째가 배경화면을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온다.

손흥민 선수로 배경 바꾸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날 할 일을 다 한 두 아들은 나란히 앉아서 타자 연습을 했다.

첫째는 1년 선배라고 단어를 치고, 둘째는 자음 모음부터 익혀나간다.

똑같은 회색 내의를 입고, 비슷한 회색 노트북 앞에서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아들들을 찍었다.

그 모습을 조금 보다 방으로 들어왔다.

거실에서 둘이 가끔씩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묻고 답하고 서로 뭐가 다른지 비교해 본다.


막내는 저녁 먹고 오빠 침대에서 잠이 들었었다.

오후에 조금 늦었다 싶어 종종거리며 데리러 갔었다.

선생님이 은서 머리를 묶어 주고 있었다.

엄마를 보자 울상이 되던 은서는 급기야 눈물까지 흘린다.

이제 막 언니, 오빠들과 파티 놀이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왔다는 거였다.

데리러 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짐에도 돌아올 때 아쉬워한다.

다음 날 유치원 갈 거라고 일찍 자기도 한다.

피곤함에 못 이겨 자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 스스로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밤에 선우, 윤우 방에 갔다가 그대로 쭉 있고 싶었다.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둘은 윤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고 웃음을 참으며 놀았다.

엄마랑 얘기를 많이 하고 싶다, 안 가면 좋겠다는 말에 나도 그랬다.

시간만 늦지 않았다면, 내일 학교만 안 간다면, 내 일을 다 마무리 지었더라면…이라는 조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어서 자라고 얘기한 뒤 안방으로 갔다.

내게도 내일이라는 하루는 중요하고 준비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초등학교생활의 중간을 보내고 있는 아들들과 유치원 생활을 막 시작한 딸은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각자의 하루에서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기 삶을 살아나가기 위한 연습을 해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일찍 일어난 딸과 아침형 인간인 둘째가 차례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평일의 마지막과 주말의 시작이 맞닿아 있는 금요일, 우리는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저마다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나간다.

우린 저녁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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