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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안에 담겨온 마음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6.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바탕이 겉모습을 넘어서면 촌스럽고, 겉모습이 바탕을 넘어서면 형식적이게 된다. 겉모습과 바탕이 잘 어울린 후에야 군자다운 것이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6.



반납할 책을 양쪽 어깨 가득 메고 1층 어린이 열람실로 들어갔다.

5권씩 반납하고 있는데 사서 선생님이 다가와 말을 거셨다.

아이가 몇 년 생이냐, 북 스타트 신청했느냐고 물었다.

은서 나이가 3단계에 해당해 안내를 받으며 책 꾸러미를 받을 수 있었다.

선착순 마감이라 빨리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건데 먼저 물어봐 준 덕분이었다.

작년, 2단계 때 받은 책 중 한 권은 은서가 지금도 재밌게 읽고 좋아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지하 아동 열람실로 내려갔다.


가져온 권장도서 리스트를 검색하며 청구기호를 출력했다.

먼저 읽어보고 괜찮은 책은 구매해서 수업 교재로 쓸 생각이었다.

권장 도서로 선정된 되는 이유가 있겠지만 수업 듣는 아이마다 다 다르고, 수업에 활용하기 어려운 책도 있다.

다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종이 반을 떼어주며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반납할 때 가져온 에코백 두 개와 책 꾸러미 에코백 하나까지 가득 담아 빌려왔다.

자기 책은 일주일 더 연장했는데 나 때문에 와서 책도 찾아주고 책가방도 나눠 들어준 남편에게 고마웠다.


은서가 책 찾을 때 "이 책은?", "엄마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하는데 왜 내가 뽑은 건 안 빌려!" 하면서 아무거나 뽑은 책을 엄마에게 권한다.

유독 짜증을 많이 내고, 힘들어, 힘이 없어 말하더니 집에 와서 이른 잠을 잤다.

낮잠이겠거니 했더니 다음 날까지 12시간을 쭉 자고 일어났다.


사촌 누나가 왔다고 새벽부터 나간 두 아들도 12시간째 집을 비운 상태였다.

씻고 늦게서야 할 일을 시작하려던 아이들이 책을 고르러 방에 들어왔다가 책가방을 발견한다.

도서관에 갔다 왔냐고 가방을 뒤적인다.

"어? 이 책! 우리 권장도서인데!", "이 책 읽어 보고 싶었는데!" 하면서 책 고르는 모습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책가방을 보며 오늘 오후 도서관에서 본 풍경들을 떠올렸다.

주말, 도서관에는 사람이 많았다.

앉아서 책 보는 아이들, 엄마와 함께 책을 찾던 아이, 도서관에서 만난 언니들을 따라다니며 놀던 은서….

그리고 그 모습 안에서 마음을 나눠준 사람들도 차례차례 떠올랐다.

친절하게 먼저 다가와 말 걸어준 사서 선생님, 함께 책을 찾아주고 무거운 책을 나눠 들어준 남편,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며 아무 책이나 집어 들던 은서.

고마운 마음들이 책가방 안에 함께 담겨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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