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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나와 쓰는 나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9.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간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것을 말할 수 있으나, 중간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것을 이야기할 수 없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19.



수업 교재를 확인하려고 책꽂이에 갔다.

꽂혀 있던 책 중 얇은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 하나였다.

제목이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가 없어 살짝 펼쳐보았다.

귀여웠던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와는 다르게 내용은 무거웠다.

얇지만 고학년 권장 도서인 이유가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만 살짝 보려고 했는데 쭈그려 앉은 채 계속 읽고 있었다.

아예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 권을 다 읽었다.

시계를 보니 20분이 지나있었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려고 많은 시간을 들였을 텐데 나는 금세 읽어버린 게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에 빠져들어 재밌게 읽었다는 의미도 된다.

문장은 쉽고, 다음 문장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이야기에 와 있었다.

독자에게 쉽고 재밌고 몰입감 가질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는 수없이 문장을 다듬고 고쳤을 것이다.

이 책에 들였을 시간과 노력이 글 위로 스쳐 지나갔다.


매일 읽는 건 책 속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이야기를 쓴 작가의 말과 작가 소개를 통해 그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나의 즐거움이다.

그 즐거움 안에는 감탄과 찬사만 있지 않다.

내 안에 있는 작은 불씨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읽는 나와 쓰는 나를 분리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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