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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한 가지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21.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인한 사람은 정적이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인한 사람은 장수한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21.



문장을 필사하고 바로 떠오른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1세대 철학가인 김형석 교수다.

올해 105세가 된 나이에도 여전히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 봤던 영상에서 그의 하루 일과를 보고 놀랐었다.

규칙적인 생활 안에는 소식과 수영, 독서, 글쓰기가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외부 강연을 이어나가는 동적인 삶인 동시에 읽고 쓰는 정적인 생활도 하신다.

건강한 몸과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서 누구보다 즐겁게 삶을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지혜로운 사람과 인한 사람의 삶을 모두 품은 것 같은 교수님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표본이 된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곧 오래된 옛날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이 덧없고 허무해지면서도 동시에 붙잡고 싶을 만큼 소중해지기도 한다.

김형석 교수님과 관련해 내 블로그에서 검색해 보면 2015년과 2021년 글 두 개가 나온다.

첫째와 셋째가 태어난 해다.

갓난아이를 키우며 앞으로의 내 삶과 자라날 아이들의 삶을 고민한 흔적이 있었다.

교수님 말씀을 메모해 둔 것 중에 이런 글이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 것인 건 없다. 전부 남이 준 것이다. 지식은 선생님과 선배로부터, 몸과 생명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99가지는 받았으니 한 가지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으로부터 전부 받고 나의 것은 하나도 없는 나.

이 세상에 내가 기여하고 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2025년을 사는 나는 여전히 고민한다.

어쩌면 그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삶 또한 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한 가지가 될지도 모른다.

지혜롭고 인한 삶 그 중간 어디쯤에서 오늘도 나는 묻고, 쓰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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