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으니까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0.

by 안현진

공자께서는 괴이한 일, 힘으로 하는 일,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 귀신에 관한 일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0.



며칠 전 이상하게 꼬이던 마음,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던 기분의 원인을 찾고 싶어 메모장에 끄적였다.

이게 지금 무슨 마음인 거냐고.

이유를 찾지 못하고 하루, 이틀이 흘렀다.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 설명되지 않던 감정의 원인을 호르몬 변화로 결론지었다.


지난주 다리 찢기가 무리 됐는지 오른쪽 뒤 허벅지가 아프고 당겼다.

남편은 그러면서 늘어나고 조금 더 찢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프니까 몸이 더 내 마음 같지 않다.

더 내려가고 싶은데 잘 안되고, 다치지 않기 위해 무리하지 않으려 조심하니 답답했다.

조금이지만 많이 나아졌다 싶었는데, 몸은 정직하게도 생리 주간을 맞이했다.

으슬으슬 춥고 잠이 쏟아지는 것도 똑같다.

요가 후 배가 고팠다.

남편과 둘이 단출하게 차려 먹고는 잔소리 몇 마디에 침대로 끌려갔다.

다 이해한다는 말과 함께.

한 번 엎어져 누우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내가 치울 테니 그릇만 갖다 놔 달라 하고는 그대로 잠들었다.

바깥소리에 눈을 떴다.

자전거 타러 갈 거라더니, 갔나 보다.


추워서 장판에 불을 올렸다.

설거지해놓고 다시 와야지 했는데 설거지가 되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휴, 한숨이 나온다.

오늘 할 일이 많았는데 손도 못 데었구나, 조금 있음 막내 데리러 갈 시간이구나, 이렇게 하루가 금방 가 버리겠구나….

긴팔로 갈아입고 뜨끈뜨끈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데워지는 것 같아 좋았다.


모르겠다.

요가에서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생각하니 노곤해진 몸만큼 마음도 느슨해졌다.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내버려 두고 시간이 지나면 호르몬 변화라는 단순한 이유를 찾게 된다.

그게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에 만사형통이다.

마음도 홀가분해진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만 이런 날에는 조금 쉬어가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날에 잘 걸어갈 수 있다.


어느새 요가는 하루의 활력소이자 즐거움이 되어버렸다.

따뜻한 이불 안에서 다음날 요가와 수업을 떠올리며 몸과 마음을 쉬어간다.

그것만으로도 다시 힘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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