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8.
호향 사람은 더불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는데, 그 곳의 아이가 공자를 찾아뵙자, 제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바른 길로 나아가는 자는 받아들이고 바른 길에서 물러나는 자는 받아들이지 않는 법인데, 배우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어찌 모질게 대하겠느냐?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려 하면, 그 깨끗함을 받아들이고 지난 일에는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8.
토요일 하루가 꽉 차도록 친구를 만나고 왔다.
직장, 연애, 신혼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친구, 직장 스트레스가 심한 친구, 연애와 결혼이 고민인 친구… 그 안에서 내 고민은 작게 느껴졌다.
서로의 고민에 귀 기울이며 깊이 공감하고 웃으며 보낸 시간이었다.
밤 기차를 타고 역에 내렸다.
남편이 마중 나와준 덕분에 편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선우와 은서는 아직 안 자고 있었다.
아빠가 나간 동안 선우가 정리를 해 놓았다.
설거지는 윤우가 했다고 한다.
치운다고 치워놓았는데 내 눈에는 정리해야 할 곳 투성이었다.
나는 내가 해야 마음 편한데 남편은 어설프고 못해도 아이들을 해보게 하는 편이다.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다.
오전엔 집을 치우면서 남편 짐 챙기는 걸 도왔다.
내일 아침부터 5일 동안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한다.
짐 챙길 때만 해도 덤덤했는데 빈집에 혼자 있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거기다 강제로 장롱면허를 탈출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남편과 운전연습할 시간도 며칠 없는데 그날까지 나 혼자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 걱정되고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어떻게든 해야만 할 것 같다.
시간 있을 때, 마음먹었을 때, 미리미리 배울 걸 하는 후회를 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막상 그때가 다가오니 오기가 생긴다.
내가 아예 안 몰아본 것도 아니고 왜 못해, 나도 하면 할 수 있어!
왜 갑자기 이런 마음이 생긴 걸까.
어제 조조로 본 영화에서 주인공이 시승차를 몰며 누군가에 쫓겼다.
근데 면허는 있냐는 친구 말에 도로주행만 안 해봤지 면허는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 장면 때문에?
아니면 친구들이 당면한 인생 고민들을 들으며 장롱면허 탈출이나 공부방과 관련한 내 고민은 소소하게 느껴져서?
그것도 아니면 나는 엄두도 안 나는 국토종주를 설레하며 떠나고, 곧 해외로 나갈 남편을 보면서?
남편은 뭘 믿고 그러는지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혼자 차를 몰 수 있다 생각한다.
주차장 안에서 왔다 갔다, 주차장에서 이마트까지 왔다 갔다, 그러다 점점 운전 반경이 넓어지는 거라고 했다.
그런 믿음 때문인 걸까.
어느 쪽이든 내 안에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고치고 싶은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도 이제는 끊어내 보고 싶다.
남편이 길 위에서 달리는 동안, 친구들이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나도 내 하루 안에서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를 넘어보고 싶다.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바른길로 나아가려 하면, 그 깨끗함을 받아들이고 지난 일에는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공자님 말씀처럼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바른길로 나아가려는 깨끗함을 받아들이자.
몸과 정신에 계속해서 깨끗한 물을 부어주자.
내게는 친구들과의 대화, 영감을 준 영화, 함께 사는 사람의 모습이 넌 할 수 있다 말하는 깨끗한 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