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7.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많이 듣고 그 중 좋은 것을 택하여 따르며, 많이 보고 그 중 좋은 것을 마음에 새겨 둔다면, 이것이 진실로 아는 것에 버금가는 일이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27.



같은 아파트, 같은 학교에 다니는 5학년 친구들이 있다.

친해서 수업 시간에 장난도 많이 치고,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올 때도 갈 때도 시끌벅적한 친구들이다.

검정 운동화를 둘 다 신고 왔다.

수업을 마치고 가려는데 이게 내 신발이니, 네 신발이니 하며 옥신각신했다.

사이즈도 같고 색깔도 같았지만 분명 브랜드가 다른데 왜 자기 신발을 헷갈릴까… 웃음이 나왔다.

친구 신발을 먼저 신고 나가버린 아이는 우산도 놓고 나가버렸다.

나머지 친구가 친구 엄마에게 전화한 끝에 아이는 다시 되돌아왔고, 신발도 바꿔 신고 갔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문이 닫힌 뒤 우리는 웃었다.


은서는 오빠 침대에 잠들어 있었다.

깜깜한 방, 쏟아지는 빗소리, 잠든 아이.

그 순간이 평화로워 보였다.

오전부터 밤까지 비가 많이 왔었다.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여서 그랬을까.

종일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전에는 세 아이 공개수업에 갔다 오고, 오후에는 수업을 하고, 밤에는 생각연필 선생님들과 신문 수업 준비를 위해 줌에서 만났다.

몸은 피곤한데 에너지를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끝나고도 기분이 좋았다.

삼 남매는 즐겁게 학교와 유치원 생활을 하고, 나는 내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분주했지만 마음은 고요한 하루였다.

이런 날이면 나도 참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소동도, 빗소리도, 모두 오늘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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